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명백하고 현존하는 미치광이 역적 대통령을 제명도 할 줄 모르는 국힘당은 이적(利敵)단체이다. 썩은 새끼줄을 잡고 인수봉으로 오르려 한다. 미치광이를 끼고 도는 집단도 미치광이다. 곱게 미친 것이 아니라 더럽게 미친 것이다." "윤석열의 정신상태에 대한 감정이 필요하다. 모든 것이 엉망이고 무질서하다. 대통령의 지력은 물론이고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지도 궁금하다. 망상 장애에 이미 충분히 깊이 젖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첫 번째 말은 '보수 논객' 조갑제가 지난해 12월18일, 두 번째 말은 또다른 '보수 논객' 정규재가 올 2월24일에 한 말이다. 말은 거칠지만 윤석열로 인해 몰락의 위기에 처한 보수에 대한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독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보수에 애정을 갖고 있지 않더라도 윤석열이 저지른 12·3 계엄이라는 자폭에 대해 분노하거나 개탄했다면 공감할 독자들이 많으리라.
이젠 대부분의 국민이 윤석열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선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정도로 나름의 판단을 내렸을 게다. 그런데 여전히 궁금한 건 '미치광이를 끼고 돈 집단'의 정신 상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이른바 친윤계가 장악한 국민의힘일텐데, 이들은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자신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그랬다는 게 정설처럼 굳어져 버린 것 같은데, 정말 그런 것인지 영 믿기지 않는다. 친윤계의 대표적 인물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 권성동을 통해 또다른 이유가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12·3 계엄이 일어난지 약 열흘 후인 12월12일 권성동이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윤석열의 자폭에 대해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친윤계가 다시 당을 이끌겠다니 이게 말이 되나? 어쩌겠는가. 그게 국민의힘인 것을. 권성동은 투표 결과 참여 의원 106명 중 72표를 얻어, 34표를 받은 김태호를 꺾고 당선됐다. 12월16일 친윤계는 이런 수적 우위를 앞세워 이틀 전 국회에서 이루어진 윤석열 탄핵안 가결의 책임을 물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붕괴시킴으로써 친윤 체제를 공고히 했다.
권성동이 계엄에 대해 사과한 것은 계엄 38일 후인 2025년 1월10일이었지만, 이즈음 추락했던 지지율이 반등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랐다. 한국갤럽이 10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서 여야 지지율은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로 오차범위 안이었다. 이는 민심이 민주당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적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었지만 계엄이라는 죄의 무게로 인해 일시적일 수밖에 없는 결과였다. 그럼에도 친윤계는 그 민심이 지속되리라는 착각 또는 오판을 하면서 윤석열과 단절하지 않은 채 오히려 그를 추종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제2의 자폭을 저지르고 말았다.
특히 윤석열과 죽마고우로 그의 국민의힘 영입에 기여했던 권성동은 윤석열과의 사적 관계에 집착했다. 1월16일 권성동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특검법을 막는 고육지책으로 자체 특검법을 발의하면서 의원총회 모두발언을 통해 "어제 체포당한 대통령을 오늘 우리 손으로 특검법을 발의해 수사하겠다는 것이 정치 이전에 한 인간으로서 해선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며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윤 대통령은 제 오랜 친구로 대선 당시 제 선거보다 더 열심히 뛰었다"면서 "(대통령이 체포당한) 어젯밤에는 너무나 괴롭고 자책하면서 '정치가 무엇인지' 깊은 회의를 느끼면서 제대로 잠도 못 잤다"고 울먹였다.
이에 대해 전 국민의힘 의원 김웅은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 승부'에서 "권성동 대표는 대통령을 정말 친구처럼 생각하고 정이 있다"며 "제가 권성동 대표한테 '대통령은 권 대표를 친구라고 생각 안 하고 자기 부하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드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웅은 "1년 전 권성동 대표에게 '대통령을 만든 분이니 어찌 됐든 직언하는 등 책임을 져야 할 것 아니냐, 이렇게 계속 가다가 사고 날 것 같다'라는 말을 했다"며 "그때 권 대표가 저한테 '그런 이야기 등을 듣고 독대 신청을 했는데 몇 달간 답이 없다'며 엄청나게 답답해하시더라"고 말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권성동이 진정한 공인이라면 윤석열이 저지른 계엄에 대해 분노하면서, 벌벌 떨며 공포를 느꼈을 국민들을 위해 눈물을 흘렸어야 마땅한 일이었다. 또한 윤석열 체포를 당연하게 여기면서 국민의힘을 윤석열과 단절시킴으로써 윤석열의 '미친 짓'으로 인해 추락한 당을 살리는 데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 그러나 그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아갔다.
1월30일 권성동은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접견 계획에 대해 "저는 정치보다 사람관계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며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에 앞서 사람 대 사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하는 게 전 옳은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흘 후 기자간담회에선 "인간적 도리가 정치의 본분"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파면 선고가 나온 4월4일 권성동은 대선 승리를 위한 단결을 외쳤지만, 윤석열과의 단절이 대선 승리의 전제라는 건 전혀 깨닫지 못했다. 아니면 "인간적 도리가 정치의 본분"이라는 신앙을 위해 패배를 감수하기로 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윤석열이 체포되던 날 그를 향해 엎드려 절하는가 하면 통곡한 의원들도 있었다고 하니 권성동만 인간적 도리에 집착한 건 아니었나 보다. 그런데 그들의 인간적 도리는 왜 국민이 아닌 최고권력자만을 위해 작동한 걸까? 국민의힘은 사적 인연과 욕망에 의해 움직이는 전근대적인 부족주의 정당이기 때문이라는 답 외에 어떤 답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권성동의 원내대표 퇴임일인 6월12일에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민주당 지지도는 45%, 국민의힘 지지도는 23%로 나왔다. 대선은 어쩔 수 없었다 해도 다음 지방선거의 전망마저 암울하게 만든 격차였다. 국민의힘이 그렇게 형편없이 망가지고 있는데 당원과 지지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걸까? 그들 역시 국민의힘이 인간적 도리를 소중히 여기는 사적 집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면 좌절과 절망 끝에 아예 국민의힘을 포기해버린 건가? 친윤계 의원들이 현재 사수했다고 여기는 기득권의 수명이 얼마나 갈 것인지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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