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수 경북문화재단 콘텐츠진흥원장·파리5대학 사회학 박사
한국의 갈 길이 AI 강국임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여야의 많은 후보들이 모두 AI 집중육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더 가까이는 정부가 민간 AI 전문가들인 배경훈 과학기술정통부장관 후보자와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 등을 중용, 'AI 3대 강국'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I 관련 업계에서는 이미 개발과 활용 모두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콘텐츠 분야도 AI의 역할이 늘어나 창작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전성기를 맞은 K-콘텐츠산업이 양적 발전을 넘어 질적으로 도약하려면 생성형 AI는 필수적인 파트너다. 그래서 콘텐츠 분야를 중심으로 AI기술이 어디까지 와 있고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우리 콘텐츠산업은 게임·웹툰·음악 등 장르별로 창작·유통·마케팅 등에서 크게 발전해왔다. 정부도 업계의 요구를 반영하며 정책적으로 지원했다. 장르별 특성은 달라도 콘텐츠의 창의력과 사용자 수요라는 공통점에 바탕해서 민관이 협력했다. 이런 상황에서 AI 원천 기술과 다양한 솔루션이 도입되면서 이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실제 AI는 콘텐츠 창작·제작 방식에 혁신을 일으키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AI를 활용한 콘텐츠 툴이 대거 개발되면서 웹툰·웹소설부터 작곡·영상 등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다. 콘텐츠 분야 대부분이 AI기술의 영향력에 들어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노동집약적 성격의 장르에서 AI 비중이 커지고 있다. 웹툰은 콘티-스케치-선화-채색-배경 등의 과정을 거쳐 창작되는 데 이 단계별로 AI 기술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필요한 게임도 비슷하다. 스토리작가, 서버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 등 많은 인력을 AI가 보완해주면서 소규모 게임회사의 숨통을 터주고 있다는 평가다. 음악 시장도 AI의 도움이 급증하고 있다. 2028년까지 생성형 AI음악시장이 10배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흥미로운 것은 비중이 급증하는 AI 기술의 역할에 대한 입장 차이다. 크게는 창작자에 따라 AI를 생산성이 높고 효율적인 도구로 보는 관점과 단순히 인간의 능력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인공'지능'의 시각에서 지능이 확장되는 것으로 바라보는 입장으로 나뉜다.
AI영화의 개척자로 불리는 권한슬 감독의 관점은 AI를 표현 도구로 본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AI는 스스로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것을 사용하는 주체는 인간이란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라고 밝혔다.
후자의 경우는 지난해 AI프로듀서로 'PD가 사라졌다'를 연출해 화제를 모은 최민근 PD다. 그는 "AI가 새로운 콘텐츠 패러다임을 제시할 것이고 다양한 영역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영향력도 계속 확장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AI기술의 역할을 규정하는 것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AI가 콘텐츠에 미친 효과 중 명암을 구분해서 대응하는 것이다. 콘텐츠 제작비를 대폭 낮추고 제작기간을 줄인 것 등 장점은 계속 살려서 창작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반면 창작자들의 저작권 문제 등은 정비해야 할 과제다. AI의 결과물은 데이터를 학습하면서 탄생하기에 저작권 문제는 항존한다. 또 AI윤리 문제를 정리하는 것도 서둘러야 한다. 두 과제 모두 사용하라고 한 사람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