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서 명사 특강
한국 뮤지컬 현황·역사·미래 등 여러가지 다뤄
대학시절 꿈꾸던 뮤지컬…40년 넘게 활발히 활동
‘아가씨와 건달들’ 시작으로 지금까지 대활약
‘시카고’ ‘맘마미아!’ 등 뮤지컬 대중화에 기여
“‘맨 오브 라만차’, 다시 도전하고 싶은 작품”

지난 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서 열린 7월 명사 특강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강연을 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다면 '맨 오브 라만차'를 꼭 하고 싶어요. 지금 이 나이에 하면 더 잘할 수 있습니다."
뮤지컬계 '살아있는 전설' 배우 남경주, 그에게 재도전하고 싶은 작품이 있냐고 묻자 망설임 없이 돌아온 대답이다.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는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원작으로 한 명작이다. 자신을 기사 돈키호테라고 믿는 노인 알론조 키하나의 '이룰 수 없는 꿈'을 향한 여정을 그린다. 20대 후반, 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올린 작품에 참여했던 그는 "당시 배역을 깊이있게 이해하지 못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며 "이후 정식 라이선스 공연에서 제안이 있었는데, 줄줄이 예정된 굵직한 차기작들로 인해 기회를 놓쳤다"고 설명했다.

지난 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서 열린 7월 명사 특강 '남경주와 함께하는 뮤지컬 세계' 진행 모습. <수성아트피아 제공>
지난 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로비톡톡' 7월 명사특강으로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나섰다. '남경주와 함께하는 뮤지컬 세계'를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강연에는 청년층부터 중장년층까지 뮤지컬을 사랑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였다.
특강은 그가 40년이 넘는 세월 뮤지컬 현장을 누비며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진행됐다. 국내 뮤지컬의 현황과 역사·미래, 그리고 제대로 즐기는 방법까지 재치있는 입담을 곁들여 설명했다.
남경주는 한국 뮤지컬 대중화를 이끈 1세대 배우로, 여전히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그를 롤모델로 삼는다. 1982년 대학 시절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그는 학교에 전문 커리큘럼이 없어 무용·음악학과 강의를 전전하며 꿈을 키워왔다. 그렇게 1984년 현 서울시뮤지컬단의 전신인 서울시립가무단에 입단하면서 그의 뮤지컬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뮤지컬이 대중화되기 전 대다수의 작품은 '해적판'이었어요. 지금처럼 라이선스 뮤지컬이라는 개념 없이 해외에서 가져온 악보와 대본을 번역해 공연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죠. 1983년 민중·광장·대중 세 극단이 연합해 초연을 올린, 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아가씨와 건달들'도 그러한 형태였어요."

지난 1일 수성아트피아 대극장 로비서 열린 7월 명사 특강에서 뮤지컬 배우 남경주가 강연을 하고 있다. <수성아트피아 제공>
그는 1990년 롯데월드 예술극장에서 상설 공연된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네이슨 역을 맡게 됐다. 당시 작품의 흥행과 함께 팬덤층이 형성되면서 뮤지컬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이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91), '레 미제라블'(1994), '그리스'(1995) 등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했다. 쇼 프로그램·드라마 등 매체에서도 다방면으로 활동하던 그는 1995년에는 뮤지컬 배우 최초로 백상예술대상에서 인기상을 받기도 했다.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의 한국 초연이 7개월 장기 공연에 성공하며 뮤지컬 산업화라는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대자본이 투자되면서 대형 뮤지컬 기획사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 지금은 사라진 오리온 그룹의 '제미로', 삼성의 '삼성영상사업단'과 현재 CJ ENM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CJ엔터테인먼트다. 그는 "그렇게 정식 라이선스 공연이 국내에서 활성화되기 시작하면서 '시카고' '맘마미아!' '위키드' 등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꼽았다. 1991년 남주인공 토니 역으로 참여했던 그는 지금까지도 국내에서 해당 배역을 가장 많이 했던 배우다. 당시 지방 공연을 다니며 사고가 날뻔하거나, 십이지장 궤양으로 인한 큰 수술을 겪는 등 다사다난한 일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애정을 가진 이유에 대해 "훌륭한 음악도 많고, 당시에도 혁신적이었지만 지금도 올드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현재 홍익대 공연예술학부 뮤지컬과 교수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해 뮤지컬 '애니'에서 '워벅스' 역으로 참여했다. 오는 4~6일 제19회 DIMF 창작지원작 '히든러브'와 2025 APEC 정상회의 기간에 공연되는 '더 쇼! 신라'로 관객들을 찾아갈 예정이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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