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간 첨예한 시각차를 보여온 상법 개정에 대해 야당인 국민의힘이 송언석 원내대표의 발언을 통해 '전향적 검토'로 입장을 선회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야당의 태도 전환은 1천400만 주식투자자들의 기대를 무시할 수 없는데다, 여당인 민주당의 상법 개정안이 경제환경 변화에 걸맞는 조치라는 인식이 점차 부각된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일반 주주로 확대한 것을 비롯,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 선임 시 최대주주의 의결권 3% 제한이 있다.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국가성장 전략'이 지배적 이념으로 인정되면서 '대주주 경영권'을 우선 인정하는 관행의 혜택을 누려왔다. 자본시장이 고도화되면서 이제는 기업의 주요 결정에서 대주주를 넘어 일반주주 이익도 충실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이사 충실의무 확대 개념이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들이 이사 후보에 표를 몰아 선임이 가능토록 하는 것이다.
상법개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선거공약이었다. 이를 통해 코스피 5천 시대마저 가능하다고 공언했다. 대선 이후 실제로 주식시장은 급상승세이다. 국민의힘도 이같은 조류를 마냥 무시할 수 없게 됐다. 국민의힘은 대신 보완적 조치를 요구한다. 예를 들면 배임죄는 한국의 독특한 '악법'으로 지목되는데, 이번 상법 개정으로 소송 남발을 유인해 그 위험성은 더욱 가중된다는 우려다.
민주당은 4일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일말의 협상 여지는 있지만 밀어붙일 태세다. 상법 개정은 한국 자본주의의 진화 과정상 불가피한 조치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기왕 양보한다면 이번에는 일단 법을 통과시키고, 추후 보완조치에 나서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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