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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완 칼럼] 이재명 정부의 정책 시험대 ‘부동산’

2025-07-03
박규완 논설위원

박규완 논설위원

얼마 전 만났던 후배의 탄식이 귓가를 맴돈다. 그는 치과의사다. "2015년, 서울에 사는 아들이 아파트 사려는 것을 만류했다. 당시 3억원이었던 그 아파트가 지금 15억원이다. 후회막급이다. 아들한테 죄인이 됐다".


새 정권이 들어섰건만 극우 집회에선 여전히 '윤 어게인' 구호가 등장한다. 하지만 요즘 부동산 시장을 배회하는 유령은 '어게인 2017'이다. 이를 증명하듯 서울 집값은 용광로처럼 뜨겁다. 강남에서 점화된 '불장'이 한강벨트를 넘어 서울 전역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금리 인하 추세, 공급 부족, '진보정권=집값상승'의 학습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터다. 서울 아파트값이 21주 연속 상승했고, 지난 4월 강남 아파트 평균가격은 사상 처음 평당 1억원을 돌파했다. '강남 불패'의 명징한 서사다. 강남 평당 1억원, 지방 한 채 1억원. '똘똘한 한 채' 욕구가 빚은 기상천외한 양극화다. 지난 4월 전국 하위 2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억1천567만원이다.


정부는 대출규제 카드를 꺼냈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제한했다. 단기 약발은 있겠지만 근본적 처방은 아니다. 내년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8천614가구. 올해 4만6천738가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내후년엔 1만가구에 미치지 못한다. 공급 절벽은 주택가격 기대심리를 부추긴다.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저서 '비이성적 과열'에서 낙관적 기대와 집단심리가 자산가격을 펀더멘털 이상으로 끌어올린다고 주장한다. '계속 오른다'는 내러티브가 형성되면 웬만한 조치로는 상승세를 다잡기 어렵다.


기대심리를 꺾으려면 집값 안정에 대한 강력한 신호를 줘야 한다. 하지만 지난 대선 때 이재명 후보는 "세금을 제재수단으로 사용하면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며 완곡한 태도를 보였다. 시장경제 원리로는 타당한 인식이지만 지금은 가용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공급 확대와 함께 세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통화량, 규제지역 확대 등 거시·미시 정책을 망라해야 한다. '줄탁동시'의 해법이어야 한다.


난제는 공급이다. 단기에 해결할 수 없어서다. 그럴수록 '공급 폭탄'이란 말이 나올 만큼 충분한 물량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3기 신도시 용적률 상향, 재개발·재건축 패스트트랙 등 공급 확대 방안을 포괄해야 한다. 보유주택의 공시가격 합산 과세는 '똘똘한 한 채' 수요억제에 유효하다. 부동산은 투자재 성격이 강해 금리나 통화량 같은 금융변수에 민감하다. 문재인 정부 땐 광의통화인 M2 관리가 방만했다.


부동산 앙등은 만악의 근원이다. 집값이 뛰면 가계대출이 증가하고 금융 레버리지 효과는 상승의 가속페달 역할을 한다. 가계빚이 늘면 소비가 위축돼 경제 선순환을 훼손한다. 자산 양극화가 심화되며 사회 갈등이 팽배한다. 출산율도 아킬레스건이다. 독일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는 '망각곡선 이론'에서 "기억은 시간에 반비례한다"고 했지만, 출산율은 주택가격에 반비례한다. 실제 2017년부터 집값이 급등하면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졌다.


부동산에 관한 한 문재인 정부가 반면교사다. 김현철 경제보좌관, 김현미 국토부 장관 같은 무능한 인물 기용이 실패의 단초였다. 공급 대책을 외면한 채 수요 억제책에만 매달린 과오를 반복해선 곤란하다. 서울과 지방의 양극화 완화도 화급한 과제다. 부동산 연착륙은 이재명 정부의 정책과 능력을 검증할 시금석이다. 논설위원


'강남 불패' 21주 연속 상승


아파트 평당 1억, 한 채 1억


서울·지방 양극화 기상천외


대출규제 근본적 처방 아냐


공급 확대 등 수단 망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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