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현대사회에서는 '중독'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된다. 이른바 4대 중독으로 일컬어지는 알코올중독, 마약중독, 도박중독, 인터넷중독 외에 최근에는 영상중독, 쇼핑중독, SNS중독, 운동중독, 주식중독 등 물질중독과 행위중독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으며, 이제는 자신의 행위가 혹 중독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점검해야 할 만큼 '중독'은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초래된 개인의 불안과 우울, 스트레스가 중독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은 중독이 단지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 가야 할 문제라는 것을 보여준다.
사전적 의미의 중독이란 무언가를 계속 반복하거나 과용(過用)하여 그것이 없이는 생활이나 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최근 중독의 일상화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반복되는 행동을 중독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그 심각성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필자 또한 언제부터인지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하는 증상을 보인다는 것을 자각하고, 스스로 스마트폰에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하는 것으로 나름의 치료를 하고 있다.
이러한 치료의 방법은 과거 담배를 끊어본 개인적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다. 필자는 원불교에 출가하면서 20대 초반부터 피워 온 담배를 끊었다. 사람들은 그 과정이 어렵지 않았느냐고 묻지만, 생각보다 쉬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방법은 생활의 루틴을 바꾸는 것이었다. 곧 담배를 피우던 생활에서 안 피우는 생활로 습관을 바꾸고, 그것을 지속해 가는 것이다.
그런데 약 3년이 흐른 어느날 점심식사 후 공원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바람결에 누군가의 담배 연기가 코끝에 스치자 입에 침이 고였다. 3년의 세월이 지나도 몸은 여전히 담배를 기억하고 있었고, 언제든 과거 습관으로 돌아가도 이상할 일이 아니었다. 담배 연기가 싫어지기까진 좀 더 시간이 걸렸다.
개인의 중독을 치유하는 방법에 대한 학자들의 견해는 다양하다. 중독되는 종류와 성향에 따라 대응 방식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는 것은 '충동'에 대한 자기통제와 고착된 일상에서 벗어난 체험의 확장을 말한다. 다람쥐 쳇바퀴와 같은 고착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영역으로 눈을 돌리고 경험을 확대해 가는 형태로 삶의 루틴을 바꿔 보라는 것이다.
불교적으로 본다면 중독은 집착이 낳은 산물이며, 깨달음은 모든 집착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따라서 항상 자신을 되돌아보고 주변 환경을 '새로고침'하는 삶의 루틴을 만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깨달음에 좀 더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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