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
새 정부 출범이라는 숨 가쁜 한 달을 보낸 금융시장이 7월 '상호 관세'라는 커다란 분수령을 맞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현지시각) 14개국에 상호 관세율을 적시한 서한을 발송하면서, 상호 관세 먹구름이 다시 국내외 금융시장에 드리워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 유예 시한을 기존의 7월9일에서 8월1일까지로 연장하는 행정명령에도 서명했다. 당초 이달 9일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25% 상호 관세의 관세율은 유지한 채 부과 시점을 뒤로 미룬 것이다. 상호 관세율 25%를 관철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합의를 위해 사실상 협상 시간을 더 확보하려는 조치로 보인다.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확보된 만큼, 4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휘청이게 했던 상호 관세 쇼크가 재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오히려 7월 한 달간 한국과의 패키지 딜을 포함한 주요국과의 관세 협상이 타결되면서 상호 관세 리스크가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선, 위기의 막바지 국면에서 한 발 물러나는 소위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 대통령이 늘 겁을 먹고 물러선다)' 거래가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이달 말까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는 시간은 남아 있다. 또 다른 의미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타코 거래가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 미국과 주요국 간 7월 관세 '패키지 딜'을 기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주요국 입장에서 관세 협상 입지가 좁아 들었다는 점이다. 즉,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이 일정 수준의 상호 관세율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과 베트남 협상 타결에서 보듯 미국은 10%의 기본 관세율을 포기하지 않았고 베트남에 대해서는 20% 관세(환적의 경우 40%)를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당초 46%의 관세율보다는 낮아졌지만 시장이 예상했던 관세율 수준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된 것이다. 영국과 베트남의 관세 협상에도 보듯 10% 관세율은 협상이 불가능한 관세율이고 자동차 25% 등 일부 품목의 고율 관세에 대해서도 협상의 여지가 크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 측이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한 협상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EU(유럽연합)도 10% 기본 관세율에 자동차 25%, 철강 및 알루미늄(50%)을 받아들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약 EU 측이 언급한 관세율 수준을 받아들일 경우 여타 주요국의 협상 여력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요약하면 상호 관세 불확실성이 재차 금융시장에 엄습하고 있지만 이달 중 미국과 주요국 간 관세 협상이 타결될 여지는 커 보인다는 점에서 관세 불확실성은 오히려 크게 완화될 것이다. 다만, 줄라이(7월) 패키지 타결을 통해 주요국의 관세율이 어느 정도 수준에 타결될지는 주목할 부분이지만 관세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는 낮아져 15% 내외 수준에 결정된다면 금융시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박상현 iM증권 수석전문위원

임성수
편집국에서 경제·산업 분야 총괄하는 경제에디터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