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상추 한 달 새 최대 20%↑
불볕더위에 시장 찾는 발길 ‘뚝’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대구 북구 관음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3일 채소를 파는 점포 앞 진열대가 비어 있고, 손님 대신 상인만이 시장 통로를 오가고 있다. 이지영 기자
"다 올랐어요. 안 오른 게 없어. 근데 그렇게 다 못 받아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13일 점심 무렵. 대구 북구 관음시장은 한산했다. 간혹 냉국수나 냉면으로 더위를 식히는 손님이 있었지만 시장 대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시장 중앙에 설치된 대형 에어컨만 요란하게 돌아갔다. 가게마다 진열된 물건도 평소보다 확연히 적었다. 한 상인은 "어차피 사람들이 많이 오질 않는데 물건을 많이 가져와봐야 뭐하겠냐"며 씁쓸히 말했다.
상인들은 가격을 올릴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모든 게 올랐지만, 그 가격을 다 받으면 손님들이 아예 발길을 끊는다"며 "최소한만 올려서 팔고 있다"고 했다. 실제 이날 시장에서는 큰 수박 한 통이 2만5천~~3만원 수준으로 인근 대형마트보다 5천원가량 저렴했다. 복숭아도 4개에 1만원으로 주변 마트 대비 2~~3천원 낮게 팔렸다. 하지만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것은 아니다. 최근 일주일 새 채소 가격은 20% 가까이 뛰었다.
대구시의 전통시장 가격동향에 따르면 수박(6kg)은 지난 9일 기준 2만2천300원으로 한 달 전(2만600원)보다 1천700원 올랐다. 1년 전(1만6천500원)과 비교하면 무려 5천800원이나 급등했다. 닭고기(1kg) 가격도 같은 날 6천204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천600원)보다 600원 올랐다.
파(1kg)는 2천213원으로 전년(2천400원)보다 약간 하락했지만, 최근 한 달 사이에는 133원 상승했다. 계란(10개 기준)은 현재 2천658원으로 지난해(2천300원)에 비해 358원 올랐다.

관음시장 한 과일가게.
상추와 오이 가격도 치솟았다. 상추(100g)는 지난해 7월 844원에서 올해 1천25원으로 약 20% 이상 뛰었고, 오이(10개)는 작년 8천938원에서 올해 9천625원으로 10% 가까이 올랐다. 특히 오이는 최근 한 달 동안 2천750원이나 급등했다.
이날 관음시장에서 만난 또 다른 상인은 "폭염으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고 있지만 더운 날씨 탓에 사람들이 시장에 나오지 않아 팔리지 않는다"며 "가격 오른 것도 문제지만 사람이 없는 게 더 큰 문제"라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전국 상황도 마찬가지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자료를 보면 최근 일주일 새 수박과 배추 가격이 각각 22.5%, 27.4% 상승했다. 초복을 앞두고 닭고기 가격 역시 오름세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폭염 때문에 닭 폐사율이 높아지고 있어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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