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정운홍 기자>
학교 보안 시스템의 날카로운 경고음이 결국 학부모와 학교 직원의 인신 구속으로 이어졌다. 대입 내신의 핵심인 시험지 보관소 침입을 공모한 이들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법원의 판단 아래 강제 수사 대상이 됐다.
대구지방법원 안동지원 박민규 영장전담판사는 15일 오후, 성적 산출의 공정성을 훼손하려 한 학부모 B씨와 학교 직원 C씨에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피의자들이 수사 과정에서 도주하거나 관련 증거를 없앨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인정했다.
사건의 발단은 열흘 전인 지난 4일 새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전직 기간제 교사 A씨와 손을 잡고 폐쇄된 학교 건물 내부로 잠입을 시도했다. 출제된 시험지를 확보하려던 계획은 학교 내 설치된 무인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며 수포로 돌아갔고, 현장에서 붙잡힌 이들의 공모 관계는 경찰 수사를 통해 구체화됐다. 앞서 주범 격인 전직 교사 A씨는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부정처사후수뢰 혐의 등으로 지난 14일 이미 구속된 상태다.
법원을 나서는 피의자들의 태도는 엇갈렸다. 오후 3시부터 시작된 심사를 마친 학부모 B씨는 입을 굳게 다문 채 대기 중이던 호송 차량에 몸을 실었다. 반면 학교 직원 C씨는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짧은 한마디를 남기고 법청을 빠져나갔다.
경북 교육계의 보안 지침상 시험지 인쇄와 보관은 이중 잠금장치가 된 통제 구역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내부 사정에 밝은 전직 교사와 현직 직원이 가담하면서 방어망에 허점이 드러났다. 특히 학부모가 직접 범행 현장에 동행한 점은 지역 교육계에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수사 당국은 이제 범행의 '대가성'과 '상습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히 한 차례의 일탈인지, 아니면 과거에도 유사한 형태의 유출이 반복됐는지 확인하기 위해 압수한 자료와 진술을 대조 중이다. 범행을 사전에 모의한 구체적인 정황과 이 과정에서 오간 금전적 거래 유무가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운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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