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출범한 이재명 정부가 맞닥뜨린 여러 난제 가운데 가장 주목되는 이슈중 하나는 대미(對美) 관계이다. 미국은 한국의 혈맹이자 전통적으로 한반도 안보에 간여하는 핵심국가이다. 여기다 4년만에 재등장한 트럼프 정부는 이른바 관세 폭탄을 들고 나오면서 세계경제를 흔들고 있다.
한·미 두 나라는 공히 정권교체속에 새 정부를 출범시킨 상황이다. 관계 재정립이 필수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녹록지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과거 중국에 경도된 이른바 '세세 발언'으로 미국의 따가운 시선을 불식시켜야 하는 부담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후 일본 중국과는 달리 주한 미국대사 임명을 미루고 있다. 누가 될지 추측도 어렵다. 트럼프의 대외정책 제1목표는 중국 견제이다. 지금 한국의 진정한 속마음을 테스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북핵 문제와 겹치면서 이재명 정부의 대외정책이 보다 진중해야 함을 의미한다.
무역과 경제분야에서의 미국 입장은 노골적이다. 8월초 시한을 두고 25% 무차별 관세를 예고했다. 관세 협박이다. 미국은 한술 더 떠 소고기와 쌀의 무제한 수입을 요구한다. 소고기는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2008년, 수입 확대를 놓고 광우병 파동으로 정권이 흔들릴 만큼 홍역을 치른 사안이다. 쌀은 우리의 식량안보와 연계된 품목이다. 농민 반응도 민감하기 그지 없다. 한국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이 모든 사안은 현재까지 일말의 가시적 협상 진척도 없다.
이재명 정부는 인사청문회를 비롯 산적한 국내 현안을 돌파해야 하지만, 대외적으론 합리적 대미 관계 수립이 국정의 제1순위다. 이 대통령은 실용외교를 표방했다. 국익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미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심화시켜야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부여됐다. 정권 성공을 가름할 첫 관문이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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