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중심된 30일 기자회견
지역 질문에 중앙의 폄하
균형발전도 중요 국가과제
외면한 중앙언론 반성해야
다음 회견서도 지속되길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초기 행보는 '파격'으로 요약된다. 지난 정부의 장관들과도 국무회의에서 열띤 토론을 한 것은 물론 내각에서는 민간을 다수 포함하고 일부 인사를 유임시키면서 화제를 모았다.
가장 반가운 점은 새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높은 관심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전국 각 지역을 다니며 현안을 해결하려는 '타운홀미팅'이 벌써 두 번이나 개최된 것도 한편으론 매우 놀랍다.
특히 30일 만에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의 행보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공약에서 언급한 '5극·3특'(5대 초광역권·3대 특별자치도 육성) 정책 외에도, 물론 지역 소멸을 극복하기 위한 일부 해법도 제시했다. 정책이나 예산 배분에서 지방을 배려하는 수준을 넘어, 지역을 우선하는 정책을 펴겠다고 언급한 것이다. 인구소멸 정도가 심한 지역은 가중치를 부여, 더 많은 예산을 배분하겠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이 직접 구체적인 정책 방향까지 제시한 것은 지방 소멸의 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지방정부와 지역언론의 입장에서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불편한 것은 이에 대해 비판하는 수도권 중심의 '중앙언론'이다. 지역 언론 기자들에게 기회가 집중되면서 결과적으로 깊이 있는 질문은 부족했다는 것이 중앙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실제로 기자회견 직후 일부 중앙지 기자들은 지역지에게 질문 기회가 많았다고 대통령실 관계자에게 하소연하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에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지역 기자들의 질문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회견 후 일부 언론들의 칼럼에서 기자회견이 지역 중심이어서 아쉬웠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기자회견은 추첨을 통해 질문 기회를 부여하는 '타운홀 미팅' 방식으로 진행됐다. 덕분에 평소 마이크를 잡기 어려웠던 지역 언론과 외신 기자들에게도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다. 직전 정부에선 1~2명의 지역 언론이 기회를 받았던 것에 비춰봤을 때 큰 변화이기도 했다.
또한 풀뿌리 언론의 참여와 질문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 대통령 역시 균형발전 문제에 대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정책과제"라고 인정하며,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지역 언론의 질문들이 모두 만족스러웠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대통령의 이야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국정 운영 전반이 더 궁금할 수 있다. 중앙언론 입장에선 거시적인 현안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도 이해한다.
다만 지역 기자들의 질문이 '수준 낮았다'거나 '시급한 현안에서 벗어났다'고 폄하하는 것은 본질을 한참 벗어난 평가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들이 반성해야 한다. 그동안 지역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수도권 중심의 의제 설정에만 매몰되었던 것은 누구인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대통령의 선언적 발표에만 환호하고, 그 이면에 담긴 지역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현실을 외면해 온 것은 중앙언론이 아닌가.
지역소멸을 비롯한 국가균형발전 문제는 나라의 존망이 걸린 시급한 문제다. '수도권'의 부동산 문제도 풀어야 하겠지만, 지방은 생존을 고민해야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부디 새 정부에서는 이번 지속해서 열리 기자회견에서 지역의 목소리에 더욱 더 귀 기울이길 소망한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지역의 목소리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우리는 분명 확인했다.
한발 더 나아가자면 이제는 균형발전이 대한민국의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는 인식을 모두 공유해야 한다. 이런 인식을 바꿔야만 더 이상 균형발전이 지방만의 목소리라거나 정부의 시혜적인 정책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정재훈
서울정치팀장 정재훈입니다. 대통령실과 국회 여당을 출입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