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회에 활동비 지원해주고 공연·행사로 주민과 함께 즐긴다
2019년부터 생활동호회 지원하고 육성 …올해도 33개팀 선정돼 활동
사업 초기엔 풍물·노래 위주… 최근엔 사진·연극 등 다양한 분야 참여
지원금은 동호회 맞게 배분… 주민대상 공연·전시 개최로 즐거움 나눠

달성군은 매년 공모를 거쳐 30여 팀의 생활문화 동호회를 지원한다. 이들 동호회는 달성군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풍물 기반 공연 동호회 '신명모리 화원마실'도 그 중 하나다. 사진은 신명모리 화원마실의 공연 모습.

달성 '신명모리 화원마실' 회원들이 퓨전 장구난타를 공연하고 있다. 달성문화재단은 2019년 대구 기초문화재단 중 최초로 생활문화 동호회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요즘 들어 부쩍 활발해진 모임이 있다. 바로 동호회다. 주위를 둘러보면 축구나 등산, 또 요리를 하거나 책을 읽기 위해 모이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나이대나 성별도 다양하다. 주말이든 평일이든, 낮이든 밤이든 모이는 시간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렇게 모인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이런 모습은 달성군도 예외가 아니다. 곳곳에서 웃음 가득한 동호회들의 활동을 만날 수 있다. 한데 이곳에선 조금 더 남다른 모습이 펼쳐지는 중이다. 이런 웃음이 비단 이들만의 즐거움으로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선 동호회들이 활동할수록 주변 이웃들까지도 함께 웃는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의 활동이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셈이다. 이런 일들이 달성군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다름 아닌 동호회를 통해서 말이다.
◆생활문화 동호회를 지원하는 사업
이 일을 펼친 주인공이 있다. 예술자치구역이라는 사업이다. 다양한 동호회 가운데서도 문화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즉 생활문화 동호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독특한 이름이 눈길을 끈다. 주민들이 지역을 직접 이끈다는 '자치'라는 말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이렇듯 동호회를 주민들의 단순한 취미생활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지역을 이끌어가는 중요한 모임으로 여긴다. 달성군의 문화예술을 이끄는 원동력이 이들 동호회라는 뜻이다.
예술자치구역은 이처럼 동호회가 지닌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사업이다. 이들의 가치에 주목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고 반문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달성문화재단은 이미 2019년부터 이 사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대구의 기초문화재단 가운데서는 최초로 선보인 생활문화 동호회 지원사업이다.
이를 통해 매년 공모를 거친 30여 팀의 동호회들이 활동을 지원받고 있다. 올해도 총 33팀의 생활문화 동호회들이 사업에 선정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 중에는 사업 초기부터 선정돼 현재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동호회들도 적지 않다. 말마따나 달성군의 문화예술을 이끌고 있는 동호회들이다.

1980년대 초부터 40년 넘게 이어온 달성군의 대표 동호회인 신명모리 화원마실. 풍물을 기반으로 전통춤과 퓨전음악이 어우러진 공연을 선보인다.
'신명모리 화원마실'도 그 중 하나다. 풍물을 기반으로, 전통춤과 퓨전음악 등이 어우러진 다양한 공연을 선보이는 동호회다. 현재 화원을 거점으로 활동을 하고 있는 이들은 특히 1980년대 초부터 40여 년 넘게 달성군에서 활동을 이어온, 달성군의 대표적인 동호회이기도 하다. 때문에 동호회를 지원하는 이 사업의 중요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신명모리 화원마실 이성현 대표는 "예전부터 달성군은 다른 곳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의 활동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이기도 했다. 그런데 확실히 이 사업이 생기고 나서부턴 그런 부분들이 훨씬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실제로 사업 초기만 하더라도 이들과 같은 풍물이나 색소폰, 오카리나, 기타, 노래 등 주로 음악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사업의 주를 이뤘다. 여러 사람이 모이는 동호회의 특성상 모여서 연주하는 활동이 가장 익숙한 활동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한데 최근 들어선 미술이나 공예를 중심으로 사진, 문학, 연극 등 다른 분야의 동호회들도 점점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이 또한 사업이 거듭되면서 생기기 시작한 변화다. 이곳의 문화예술이 갈수록 풍성해지고 있다는 뜻이다.
◆여러 동호회가 서로 어우러져 발전하는 기회
그렇다고 단순히 동호회 지원으로만 생겨난 변화는 아니다. 예술자치구역은 사실 동호회들의 활동만 지원하는 일반적인 지원사업이 아니다. 새로운 동호회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올해도 33팀 가운데 6팀이 이와 같이 신규 동호회를 지원하는 역량강화 유형에 선정됐다. 이제 막 첫 발을 내딛은 동호회들이 앞으로 더욱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강의수업' 제도다. 지원금을 활용해 동호회가 직접 원하는 강사를 초빙하고 필요한 강의를 듣는 방식이다. 동호회의 역량을 빠르게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신규 동호회들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기회로 여겨진다.
여기에 활동에 대한 고민은 물론, 지원금 정산 등의 실질적인 애로사항까지 상담하는 코디네이터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분야별 전문가들이 나서 동호회와 주기적으로 소통한다.
아울러 본격적인 활동에 앞서 진행하는 간담회를 통해서는 사업에 대한 상세한 안내와 더불어 동호회 간의 다양한 교류 기회도 마련하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사업에 선정된 신규 동호회 '미술장' 역시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취미로 그림을 그려온 이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문가의 강의를 들으며 전시까지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미술장 배영숙 대표는 "전부터 이런 사업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지원을 받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서 놀랐다. 여러 지원을 통해서 우리 같은 동호회도 앞으로 한층 더 발전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기회가 신규 동호회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동호회들에게도 동일한 지원이 이루어진다. 다만 동호회의 경험이나 역량에 따라 지원 형태와 방식을 달리할 뿐이다.
강의수업만 봐도 알 수 있다. 역량 강화 유형의 신규 동호회는 최대 5회까지 진행이 가능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역량을 갖춘 다른 유형의 동호회들은 그보다 적은 3회까지만 허용된다.
대신 공연이나 전시 등을 발표하는 활동은 반대다. 역량 강화 동호회는 1회 이상 선보여야 하지만 나머지 동호회는 2회 이상 선보여야 한다.
지원금도 그래서 다르게 배분된다. 역량 강화는 최대 300만원, 그 외 유형은 최대 500만원이다. 각각의 실정에 맞는 지원인 셈이다. 이를 통해 신규 동호회와 기존 동호회가 서로 어우러져 발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다 건강한 동호회 생태계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이다.
여기에 올해는 기존에 없던 동호회 유형까지 추가했다. 교육체험 동호회다. 기존의 공연이나 전시와는 다른, 주민을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호회들이 그 대상이다.
올해는 도자기공예, 테라리움, 훌라춤 등을 기반으로 각각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3팀의 동호회가 선정돼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듯 더욱 다양한 동호회들을 위한 지원을 늘려가고 있다는 점도 이 사업의 특징이다.
◆동호회는 물론 모두를 즐겁게 만드는 활동
하지만 이 사업은 오로지 동호회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선정된 동호회들은 모두 프로젝트라는 이름하에 공연이나 전시 등의 행사를 진행해야 한다. 단, 조건이 있다. 이렇게 선보이는 프로젝트는 반드시 달성군 주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해야 한다. 동호회 활동이 주는 즐거움을 이웃과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는 뜻이다.
게다가 올해부터는 새로운 사항까지 추가됐다. 달성군 내 자리한 장애인 및 노인 등의 사회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시설, 요양시설, 보육시설 등에서도 이러한 활동을 선보여야 한다는 점이다. 문화적 경험을 하기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도 동호회들이 활동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 사업이 동호회를 지원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실제로도 이전부터 꾸준히 취약계층을 위한 공연을 선보여 온 신명모리 화원마실 이성현 대표는 "주변의 그런 시설들을 방문해서 공연을 해보면 저절로 보람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6월 복지시설인 희망마을과 연광시니어타운에서 잇달아 공연 형식의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이 대표는 "문화예술이란 결국 동호회든, 주민이든, 취약계층이든 모두가 함께 즐겁기 위해서 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예술자치구역은 그래서 모든 이웃과 함께하는 사업이기도 하다. 달성문화재단 관계자는 "생각해보면 동호회 활동을 하는 분들 역시 우리 이웃이고, 주민이다. 이 사업은 그런 관점에서 지역의 문화예술을 주민 모두가 함께 일구고 바꿔나가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매년 새로운 형태의 지원 방식이나 제도도 계속 도입하는 중이다.
이 사업은 그렇게 달성군의 문화예술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그 변화는 놀랍게도 힘들거나 애쓰는 모습이 아니라, 웃음 가득한 모습으로 펼쳐지고 있다. 동호회란 애초부터 즐거움으로 가득한 활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활동이 주변 이웃들의 얼굴마저 활짝 웃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주민들의 문화예술이 주민들을 즐겁게 만들고 있다. 이름 그대로 이곳에 진짜 '예술자치구역'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글=이선욱 영남일보부설 한국스토리텔링연구원 연구위원
사진=박관영기자 zone5@yeongnam.com
<공동기획-달성문화재단>

박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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