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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

2025-07-25 06:00
유선희 새마을문고 대구남구대명1동분회 회원

유선희 새마을문고 대구남구대명1동분회 회원

"퇴직 후 친구를 만나기보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누군가와의 약속도 귀찮고, 나 혼자만 뒤처지는 느낌이 들었죠." 지인의 이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이 듦이란 단순히 숫자가 쌓이는 일이 아니라, 관계와 감정이 사라지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 말을 들으며, 문득 떠올랐다.


'불량하게 나이 드는 법'은 그런 질문에 새로운 정의를 제시한다. 남들이 정한 기준이 아닌, 나만의 감각으로 살아가는 법. 이 책의 주인공 세키 칸테이 씨는 그 삶을 실천한 사람이다. 낯설지만 삶의 본질을 꿰뚫는 듯해 오래 여운이 남았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불상을 조각하며 불교적 수행을 삶의 중심에 두었다. '생이란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품고 살았고, "죽을 때까지도 알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삶은 정답을 찾는 여정이 아니라,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었다.


그런 철학은 그의 삶의 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규칙이나 체면보다 자신의 감각과 철학을 따랐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은 하지 않았고, 겉보다 속을 중시했으며, '나잇값'이란 말 앞에서도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인간은 갑옷을 입고 살아간다"고 그는 말했다. 자아, 욕망, 체면이라는 이름의 갑옷이다. 하지만 그 갑옷을 벗을 때 비로소 우리는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밥 먹고 양치하듯, 사람들과 이야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인간은 고립되면 타성에 젖고, 마음에도 때가 묻는다. 그래서 칸테이 씨는 하루의 일을 마친 뒤, 해 질 녘이면 거리나 술집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대화를 나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을 좋아했던 그는 하루하루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충실하고 유쾌하게 살아냈다. 그의 일상은 곧 '자기답게 나이 드는 법' 그 자체였다.


이 책이 말하는 '불량함'은 반항이 아니라, 자기 삶에 대한 진실함이다.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 늙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남들이 정한 성공의 기준을 거부하고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 시작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왜 그래야 하지?', 단순하지만 용기 있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문명이 발달할수록 우리는 혼자 있음에 익숙해진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필요한 건 사람 곁에 머무는 일인지도 모른다. 유머와 여유를 잃지 말고, 관계의 온기를 지키며, 때로는 자신에게 조금 더 '불량하게' 살아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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