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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케데헌’ 속 갓과 까치, 여기 다 있다!”…대구경북으로 떠나는 K-문화피서

2025-07-26 12:01

갓·까치·금관…대구경북 박물관에 다 있다
K-아이콘 유물 투어…‘뮷즈’도 즐기세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장면. 위는 '사자보이즈'가 갓과 한복을 착용하고 노래하고 있는 모습, 아래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장면. 위는 '사자보이즈'가 갓과 한복을 착용하고 노래하고 있는 모습, 아래는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 <넷플릭스 제공>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사자보이즈'가 쓴 갓, 실제 유물은 어떤 모습일까?"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가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뜨거워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뮷즈'(뮤지엄 굿즈) 숍에선 '까치 호랑이 배지' '흑립 갓끈 볼펜' 등이 품절 대란을 일으킬 정도다.


사자보이즈가 착용한 한복과 갓, 전령처럼 등장하는 까치와 호랑이는 알고 보면 멀리 있지 않다. 대구·경북 지역 박물관과 미술관에 전시된 유물 속에서도 이 익숙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다.


영남일보는 대구간송미술관과 국립대구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에 관람객에게 권한만한 전시품, 유물을 추천해달라고 요청했다.


무더위를 피해 실내에서 '문화 피서'를 즐기려는 발걸음도 늘어나는 지금, 지역 대표 박물관과 미술관이 꺼내든 '전통의 얼굴들'을 소개한다.


"까치가 여기에?" 대구간송미술관

조속의 '화조미감'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조속의 '화조미감'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먼저 '까치'다. 전통적으로 한국에서 '길조'(吉鳥)로 여겨져 온 이 새는 다음 달 3일까지 열리는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화조미감'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 1부, '고고孤高, 화조로 그려진 이상'에선 조속의 '고매서작'이 소개되고 있다. 나무 한 그루에 까치 한 마리만 앉아 있는 간결한 구성 속에 조속 특유의 감각적 붓질이 살아 있다.


까치는 짙은 먹으로 빠르고 단호하게 그려졌고, 똘망똘망한 눈빛과 꼭 다문 입매는 당당하면서도 고고한 기운을 풍긴다. 반면 매화 가지는 엷은 먹선으로 휘어지며 율동감을 불어넣는다.


1623년 인조반정 이후 벼슬을 멀리하고, 학문과 예술에 전념한 조속의 삶이 이 까치의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친다. '고매서작'은 조선 중기 수묵 사의 화조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화조미감'에서 전시 중인 조속의 '고매서작' <간송미술관 제공>

대구간송미술관 기획전 '화조미감'에서 전시 중인 조속의 '고매서작' <간송미술관 제공>

케데헌 속 '호랑이'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은 매력을 지닌 '고양이'도 만날 수 있다. 조선 18세기 김홍도가 그린 '황묘농접'에서다.


노란 고양이가 패랭이꽃에 날아든 긴 꼬리 제비나비 한 마리를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고양이는 살금살금 다가가려 하지만, 나비가 눈치채고 거리를 둔다. 평화로운 풍경 속에 은근한 긴장감을 담아낸 구성이 돋보인다.


고양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나비 역시 80세 노인을 뜻하는 '질'(耋)과 나비를 뜻하는 '접'(蝶)의 음이 비슷해 장수를 의미한다. 바위는 '불변', 패랭이꽃은 '청춘', '여의초'라고 불리는 제비꽃은 '모든 일이 뜻대로 이뤄지길 기원한다'는 의미를 담는다. 그림 한 폭에 선한 바람이 빼곡히 담겨 있는 셈이다.


김홍도 '황묘농접'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김홍도 '황묘농접' <대구간송미술관 제공>

왼쪽부터 김홍도의 '모구양자'와 변상백의 '국정추묘'.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왼쪽부터 김홍도의 '모구양자'와 변상백의 '국정추묘'.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이 밖에도 관람객의 시선을 끄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어미 개 한 마리가 풀밭에 앉아 재롱부리는 강아지 두 마리를 바라보는 김홍도의 '모구양자', 고양이 털 한가닥 한가닥을 섬세하게 묘사한 변상백의 '국정추묘', 풀과 벌레 등을 단정하게 담아낸 신사임당의 '초충도' 등도 인기 작품이다.


동물과 자연을 소재로 한 이들 작품은 작가의 세심한 시선과 애정을 고스란히 전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한국적인 정서'가 화폭에 깃들어 있다.


간송미술관 측은 "최근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화조미감' 전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며 "다양한 동식물들을 그려낸 그림들이 반응이 좋고, 아트숍에도 많은 관람객들이 찾고 계신다"고 했다.


'K-아이콘' 복식 전문 국립대구박물관

국립대구박물관의 갓 <대구박물관 인스타그램>

국립대구박물관의 갓 <대구박물관 인스타그램>

국립대구박물관은 복식문화 전문 박물관이다. 그만큼 '복식'을 대표 유물으로 내세운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갓이다.


조선시대 대표적인 갓인 흑립은 시대에 따라 높이와 크기가 달라졌다. 조선 초기엔 둥글고 챙이 넓은 형태였지만, 16~17세기를 지나며 점점 커졌다. 17~18세기엔 높이와 너비가 너무 커져서 문을 드나드는 데 불편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1884년(고종21) 의복개혁이 시행되면서 다시 작아졌다. 상복을 입을 때 착용하는 백립도 있다.


국립대구박물관의 '갓' 굿즈 이벤트 <인스타그램 캡처>

국립대구박물관의 '갓' 굿즈 이벤트 <인스타그램 캡처>

오랫동안 남성 복식의 일부로 당연시 여겨지던 갓은, 최근 들어 그 상징성과 미감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갓의 간결한 형태와 실루엣이 돋보이는 '뮷즈'들이 등장하면서 갓은 어느새 '한국다움'의 대표 아이템으로 자리잡았다.


대구박물관은 이 흐름에 발맞춰 '그저 갓 굿즈'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박물관 복식문화실에 방문해 갓 인증샷을 SNS에 업로드하면 '갓 키링'과 '갓 펜'을 제공한다.


20세기 활옷(재현품) <국립대구박물관>

20세기 활옷(재현품) <국립대구박물관>

활옷에 수놓인 자수 <국립대구박물관 인스타그램 캡처>

활옷에 수놓인 자수 <국립대구박물관 인스타그램 캡처>

다음은 여성 복식의 정수인 활옷이다. 원래 조선시대 공주나 옹주, 사대부가에서 혼례 때 입던 예복이었지만, 점차 일반인에게도 혼례복으로 허용되며 널리 퍼졌다. 홍색 비단에 청색으로 안감을 댄 형식으로, 옷 앞뒤엔 장수와 길복, 다산을 의미하는 물결·바위·모란꽃·나비 등의 무늬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디테일을 들여다보며 정교한 자수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흥선대원군 기린흉배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흥선대원군 기린흉배 <한국민속대백과사전>

'흥선대원군 기린흉배'도 대구박물관의 대표 유물 중 하나다. 흉배는 조선시대 관리의 관복 가슴과 등에 붙였던 장식물이다. 기린은 이상적인 왕도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동물로, 주로 대군이나 세자의 흉배 문양으로 사용됐다. 위엄과 상서로움을 함께 지닌 기린은 케데헌 '호랑이' 못지 않은 존재감을 자랑한다.


곧 탄생할 대구박물관의 '뮷즈'도 기대를 모은다. 박물관 측은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문화재단과 함께 뮷즈를 준비하고 있다"며 "저희가 중앙박물관에 요청한 유물은 활옷과 갓 등으로, 많은 기대해달라"고 했다.


'K-클래식' 국립경주박물관

사진 왼쪽부터 천마총 금관, 천마총 새모양장식 관식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사진 왼쪽부터 천마총 금관, 천마총 새모양장식 관식 <국립경주박물관 제공>

국립경주박물관이 추천하는 유물은 '근본'이라 할 만한 신라의 황금 보물들이다.


5세기부터 6세기 전반까지 약 150년간 이어진 신라의 화려한 금제 유물들은 '황금 문화'의 절정기를 보여준다. 이 시기 신라 지배층들은 왕경 일대에 거대한 무덤을 조성하고, 금관 등 정교한 금공품으로 무덤의 주인공을 치장했다. 이는 단순한 장식을 넘어 신성성과 정통성, 영원한 권위를 드러내고자 함이었다.


이 가운데 천마총 금관은 가장 상징적인 유물로 꼽힌다. 경주박물관에선 금관을 실제 착용해보는 듯한 전시 연출을 통해 관람객이 보다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얼굴무늬수막새(왼)와 신라 금관.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국립경주박물관에 전시된 얼굴무늬수막새(왼)와 신라 금관.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천년의 미소'라고도 불리는 얼굴무늬 수막새도 경주박물관이 내세우는 대표 유물이다. 도톰한 입술과 은은하게 올라간 입꼬리, 살짝 볼록한 볼과 부드러운 눈동자가 어우러져 천진한 미소를 머금고 있다. 지붕 끝을 장식하는 수막새에 사람 얼굴을 새긴 이유는 사악한 기운을 막고 복을 부르려는 바람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케데헌에서 본 유물이 그대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경주박물관이 품은 유물들은 K-콘텐츠가 바탕 삼은 깊은 전통과 맥락을 보여주는 'K-클래식'이다.


올해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도 부쩍 늘었다. 신라의 금관과 수막새는 한국 전통문화의 깊이와 품격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경주박물관 측은 "특히 얼굴무늬 수막새 디자인을 활용한 키링, 수저받침 등 뮷즈들이 관람객에게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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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지

디지털콘텐츠팀 서민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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