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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인간의 시대를 산다는 것

2025-07-30 06:00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권정도 원불교 대구경북교구 사무국장

우리가 지금 사는 지금의 시대는 인간의 시대다. 그러나 과거 인류의 역사 대부분은 사실 신의 세계를 살아가는 것이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집안에 어려운 일이 있거나 누가 아프면 어머니가 정화수를 놓고 빌었고, 추석과 설 명절 차례를 모실 때에도 한쪽에 성주상을 따로 차렸었다. 부엌이나 우물, 그리고 우리 일상 속 곳곳에 신들이 있었고, 인간의 삶은 사실 그 신들의 공간을 빌려 쓰는 것에 불과했다. 따라서 과거에는 사람의 도덕적 판단이나 행동의 기준도 신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이렇게 신 중심의 세계에서 벗어난 인간 중심의 시대를 우리는 '근대'라고 부른다. 그리고 인간이 중심이 되는 '근대'는 신의 계시나 명령이 아닌 '이성'이 모든 도덕적 판단과 윤리적 행동의 중심이 된다. 서구에서는 신학보다 철학이나 과학이 중시되면서 인간이 스스로 이성적 판단을 중심으로 세상의 질서를 구축하고 그것을 만들고 또 지켜가기 위해 노력해 왔다. 데카르트가 근대철학의 명제를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제시한 것은, 인류의 역사가 신의 계시를 따르는 시대에서 인간 스스로 성찰하고 답을 찾는 이성의 시대로 넘어가는 선언적 의미였다.


그러나 욕망과 이성이 공존하는 인간의 판단과 행동은 항상 불완전했으며, 스스로 정한 도덕적 기준을 무너뜨리면서 세계를 혼란에 빠트리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이다. 특히 제2차 세계대전에서 나치 독일이 범한 홀로코스트의 만행은 가장 이성적이고 지적이라고 자부하던 인간의 판단과 행동이 인류에 얼마나 큰 위험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준 바 있다.


이로부터 비이성적인 심령술, 최면술 등 다양한 오컬트 문화가 유행하면서 상처받은 인간의 영혼을 '치유'하는 수단으로 신비주의가 적극 소환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 신비주의를 거부하고 합리적인 신앙과 수행에 의해 인간의 완성을 추구하면서도 과거보다 엄격한 이성적 판단과 도덕적 행동을 추구하는 원불교 같은 종교도 나타났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의 삶은 이성과 비이성의 경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느낀다. 곧 계시의 시대에서 완전한 이성의 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인간의 도덕성은 여전히 불완전하고 불안한 상태라는 것이다.


역사의 시계는 다시 과거 신의 시대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인류는 비록 더디더라도 좀 더 완전한 인격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AI의 시대를 마주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것은 우리에게 더 큰 과제로 주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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