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주시가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대비해 주요 도로 환경정비 공사를 진행 중이지만, 도로 아스콘 재포장 후 차선 도색이 늦어지면서 운전자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차선 없는 검은 도로' 상태인 서라벌대로를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 <독자 제공>
2025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앞둔 경북 경주시가 시 전역에서 도로 정비공사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차선 도색이 늦어지면서 시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른바 '차선 없는 검은 도로'는 포장과 도색을 나눠 발주하면서 생긴 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5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라벌대로·원화로·분황로 등 경주 주요 간선도로의 경우 아스팔트 재포장 공사는 완료됐지만 차선 도색이 며칠째 이뤄지지 않고 있다. 차선을 대신해 반사 테이프를 임시로 붙여 놓았지만, 요즘처럼 비가 잦은 날이나 야간에는 잘 보이지 않아 운전자들이 아찔한 순간을 맞기도 한다. 여기에다 중앙분리대가 뽑힌 채 인도 위에 방치돼 있어 도시 미관뿐 아니라 보행 안전까지 해친다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경주를 찾는 외지 차량이 늘고 있고, 전국 최대 규모의 유소년 축구대회(화랑대기)까지 겹치면서 교통 혼잡 및 사고 위험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황성동 주민 서모(32)씨는 "출퇴근길마다 교통이 혼잡한데, 차선이 없다 보니 자기 마음대로 운전하는 차량도 있어 더 위험하다"며 "이렇게 공사를 해놔도 되는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업 발주 방식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온다. 공사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도로포장과 차선도색은 동시에 이뤄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공사 기간도 촉박한데, 왜 굳이 나눠서 발주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주 환경운동단체는 최근 성명을 통해 "멀쩡한 도로를 뜯고 다시 까는 공사는 시민 불편과 건설 폐기물만 늘리는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며 "APEC 준비 명목으로 불필요한 정비에 예산을 쓰기보다 '쓰레기 없는 도시 만들기'와 같은 지속 가능한 정책에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주시는 "차선 도색은 아스콘이 안정된 이후 신공법으로 시공할 예정"이라며 "아스팔트가 덜 굳은 상태에서 도색을 하면 중장비 통행에 따른 노면 처짐으로 품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횡단보도와 정지선 등 밑그림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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