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코스모스·억새, 가을 전령사들이 한자리에
가을 붉게 물들다, 대구 수목원 꽃무릇 절정 풍경
짙은 가을빛이 내려앉은 대구수목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는 건 단연 꽃무릇이다. 초록 숲길 사이, 비단을 깔아놓은 듯 붉게 번져 있는 꽃무릇 군락은 가을의 시작을 알리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여름 내내 땅속에서 꽃눈을 키우다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한 채 홀로 피어나는 꽃무릇은,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채 선명한 붉은빛으로 정열적인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수목원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면 작은 군락이 모습을 드러내지만, 진면목은 약초원과 선인장온실을 지나 약용식물원에 다다를 때 비로소 확인할 수 있다. 잘 정비된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좌우로 끝없이 이어지는 붉은 물결을 만나게 된다. 햇빛이 나무 사이로 스며드는 순간, 그늘 속 꽃무릇과 빛을 받은 꽃무릇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장면을 완성한다.
꽃무릇뿐만 아니라 코스모스, 억새, 수크령, 솔채꽃 등 가을을 대표하는 식물들도 함께 피어나 계절의 정취를 더한다. 산책로를 따라 단풍이 물들어가는 풍경까지 곁들이면, 도심 속에서도 오롯이 가을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다.
대구수목원은 본래 쓰레기 매립장을 생태적 식물 공간으로 복원한 곳이다. 현재는 화목원, 약초원, 야생초화원 등 21개 주제로 조성된 전문 수목원으로, 초본류 1,300종과 목본류 450종 등 총 1,750종, 35만 본의 식물이 자라고 있다. 자연 탐구와 식물 학습의 장으로 활용될 뿐 아니라 향토 식물 자원 보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모든 시설은 무료로 개방된다.

박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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