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파고든 인공지능
정보제공 분석 상담 등
인간 고유영역까지 와
AI시대 슬기로운 공존법
인간가치·균형감각 제시

윤정혜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모처럼 접속했다. 현관 한쪽에 자리만 차지하던 자전거 한대를 처분할 참이었다. 자전거 사진을 요래조래 찍고 몇장을 골랐다. 제품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미리 검색창에서 정보도 확인해뒀다. 그런데 판매글에 사진을 차례로 올렸더니 금세 제품명과 제품설명이 정확하게 생성돼 입력됐다. 이제 제품스펙을 확인하기 위해 미리 검색해둘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AI(인공지능)가 제공한 정보를 토대로 쉽게 판매글을 올렸고 구매 희망자에게 채팅이 걸려왔다. 대화창을 열었더니 이번에는 내가 할 법한 답변이 여러가지 경우의 수로 만들어져 선택만 하면 됐는데, 대화 흐름을 정확하게 짚고 있어 둘의 대화를 누군가 엿보고 엿 듣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시간을 덜어주니 편리해졌다는 생각을 새삼했다.
수고로움을 덜어주는 게 비단 '당근'에서만일까.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AI는 어느새 우리 일상 속 깊숙히 자리한 것 같다. 장거리 운전을 하면서 졸음을 쫓기 위해 AI와 대화하며 운전했다는 지인의 경험이 아니더라도 이젠 이런 사례들을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요즘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에 챗GPT와의 상담 후기 혹은 팩폭(팩트폭격)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Z세대 10명 중 7명 이상이 사람 대신 AI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는 설문결과가 있을 정도니 AI와 상담은 이제 포털사이트 검색을 하듯 자연스러워진 것 같다. 고민 주제도 '취업·진로·이직'과 객관적 조언을 구하는 과정부터 인간관계, 감정 상태 등 감정 영역과 관계성에까지 이르니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영역이 어떤 게 있을지 궁금하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은 어떤 꿈을 키울 수 있을지, 그 꿈이 미래에도 존재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몇달 전 한국고용정보원이 낸 보고서 하나가 떠오른다. 인공지능의 직무 대체에 관한 연구인데, 조사 당시(2024년)와 비교해 3년 후인 2027년 인공지능이 직무를 대체하지 못하는 직업은 520개 직업군 중 한가지만 꼽혔다. '직업 운동선수' 하나다. 창의적 직무, 이를테면 극작가나 영화배우, 화가나 가수와 같은 예술적 영역도 AI가 대체했고 2027년에는 대체 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창의와 상담 영역은 인간의 고유 능력이라 여겼지만 이또한 보기 좋게 틀린 것 같다.
상담이나 대화의 범위에도 AI가 들어와있고, AI에 위로를 받았다는 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는 걸 보면 상담도 꽤나 잘하는 모양이다. 익명성 인공지능에 솔직한 고민을 털어놓고 답변을 얻는 과정 자체로 위안을 받는 심리가 작용한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있지만, AI 특유의 사실 기반한 이른바 '팩트폭격'이 자기성찰에도 이르게 하는 긍정요소가 분명히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노파심도 생긴다. AI 의존이 지나치게 높아지지는 않을지, AI가 늘어놓는 답변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부정적 결과 혹은 자기 비하에 이르게 되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 AI가 도덕적 문제나 이념적 영역에서 편향된 반응을 보이는 우려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AI에게 물었다. 거스를 수 없는 AI시대를 슬기롭게 살아 갈 방법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AI가 내놓은 답변은 이랬다.
"AI는 '도구'이지 '진리'가 아닙니다. 기술의 이점은 누리되 비판적 사고와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키는 균형감각을 갖도록 노력하세요.기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인간다움을 더 빛내는 태도를 갖추면 좋겠어요."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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