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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진의 문학 향기] 글과 사진전

2025-08-08 06:00
정만진 소설가

정만진 소설가

1869년 8월8일 영국 사진작가 로저 펜튼이 세상을 떠났다. 펜튼은 대학 졸업 후 처음에는 그림에 관심을 두었다. 그러다가 1851년 만국박람회를 관람한 이래 사진에 큰 흥미를 느꼈다. 그 후 직접 사진을 찍어 전시회를 열고, 영국사진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펜튼은 1854년 크림전쟁에 참전해 인류사 초유의 '종군 사진가'가 되었다. 크림전쟁은 남쪽으로 팽창 전략을 구사한 러시아의 야욕이 낳은 야만의 참사였다. 전쟁 개시 전 러시아는 그리스 일대 가톨릭 신자들을 보호할 권한을 달라고 오스만제국에 요구했다. 이는 러시아의 야심찬 세계화 전략이었다. 오스만제국에 멸망당해 지구상에서 없어져버린 그리스를 대신해 가톨릭 정교 수호 종주국 역할을 하겠다는 자처였다. 오스만제국이 들어줄 리 만무한 요구를 러시아가 한 것은 그 자체가 전쟁 선포였다.


펜튼의 사진에는 제목만으로도 크림전쟁을 떠올리게 해주는 작품들이 다수 남아 있다. '크림 반도 발라클라바 코자크 만' '크림 반도의 강한 대포와 요새' '제71 하이랜더스 연대 장교들' 등은 지금도 인터넷 검색으로 감상이 가능하다.


종군 사진가는 물론이고 그냥 사진작가도 자칭한 바 없지만, 필자는 개인 사진전을 무모하게 열 번 이상 개최했다. 2004년 '금강산' 사진전을 시작으로 '앞산' '국경' '집' '백령도' '연평도' '대구의 풍경', '임진왜란' 사진전 등을 열었다.


남들보다 잘 찍는다고 자부해서 사진 촬영을 즐기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글로 담을 수 없는 것을 인생에 남겨준다. 지나간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면서 흘러간 삶의 한때 소중했던 시간을 돌이켜보는 일은 남은 인생을 간추리는 데 아주 유용하다.


특히 사진전은 그런 시간들의 의미를 단위별로 세심하게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일기를 쓰거나 회고록을 집필하는 일과 엇비슷한 기능을 감당해준다는 말이다. 전시회를 하려면 의미화와 취사선택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때 이렇게 살았었구나!"


그동안 1910년대 대표 의혈독립운동단체 광복회, 1920년대 대표 의혈독립운동단체 의열단, 1930년대 대표 의혈독립운동단체 한인애국단, '일장기 말소 의거'의 현진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이상화를 다룬 장편소설들을 발표했다.


광복 80주년이다. 한참 않던 사진전을 다시 열어본다. '광복 80주년 기념 대구독립운동유적 120곳 사진전'이다. 고등학교 국정 국어 교과서에 "직접 겪고서야 알 수 있으면 어리석다"라는 뜻의 문장이 있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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