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증권연구회 동아리 활동…기업 분석하고 투자계획 공부
소액 실전투자부터 생생한 체험…軍입대후 월급 모은 돈 활용
수익보다는 시회생활 전 경험…장기투자 목적 경매·공매 관심

대구대 경제금융통상학과 표명철(왼쪽부터)·박준우 학생과 부동산지적학과 진현우 학생이 경제 공부가 된 본인들의 재테크 방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윤정혜기자
대학생들의 재테크가 똑똑해졌다. 용돈을 아껴쓰는 정도에서 나아가 직접 투자하며 '복리의 마법'에 일찍이 눈을 뜨는 모습이다. 실전 투자는 한 손에는 '성취', 또 다른 한 손에는 '실패'라는 쓴 경험을 쥐게 하지만 분명한 점은 실패도 값진 경험과 공부가 되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힌다는 점이다.
지난달 28일 대구대에서 만난 3명의 대학생이 바로 그랬다. 20대 초중반 청년들은 학업과 근로 활동, 재테크까지 병행하며 졸업후 사회에 나갈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과 수업과 증권연구회와 같은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며 기업의 재무제표를 분석하고, 국내외 경제동향도 익히는 중이다. 주식 투자와 같은 재테크를 직접하면서 자연스레 확장된 경제 공부다.
대구대 부동산지적학과 2학년 진현우(22)씨는 고교 2학년때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비대면수업이 이뤄지면서 생긴 시간적 여유가 계기가 됐다. 세뱃돈을 모은 20만원이 시작이었다. 지금은 교내 증권연구회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기업을 분석하고 투자 계획을 세워 미래를 설계하지만 시작은 '느낌'으로 했다. 진씨는 코로나가 끝나면 해외여행이 늘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 하나로 전액 항공주를 샀다. 그리고 1주일 뒤 15만원까지 총액이 내려가자 '겁'이 나 손절했다. 원금손실을 처음 경험한 그 투자가 장기투자로 마음을 바꿔먹은 배경이다.
사고 싶고, 갖고 싶은 게 많을 나이지만 진씨는 그때나 지금도 옷이나 신발을 사는 것보다 늘어나는 주식 수에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9월 제대하면서 장병 월급을 모아 손에 쥔 2천만원의 목돈으로 국내 기업의 주식을 사뒀다. 7~8년 이상 보유할 목적으로 미래를 보고 매입했다. "재테크는 일찍 시작할수록 복리 효과를 더 크게 누릴 수 있죠. 대학생들도 용돈을 쪼개 자신의 계획으로 재테크를 하면 좋겠어요." 시간의 효과를 경험했기에 들어온 그의 확신이다.
경제금융통상학과 3학년 표명철(22)씨와 박준우(25)씨의 재테크도 군 입대가 계기가 됐다. 장병 월급이 모여 목돈이 생기면서, 이를 굴려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표씨의 투자는 막 제대한 후인 지난해부터다. 트럼프 정부 출범 기대감에 증시가 오르는 뉴스를 계속 지켜보면서 투자를 결심했다. 겨울방학 동안 국가근로장학금 제도를 활용해 공공기관에서 일하면서 모은 100만원이 종잣돈이다. 행여 투자에 실패하더라도 일상생활을 어렵게 하지 않을 규모가 딱 100만원 정도라 여겼다. 그는 개별종목보다는 파생상품을 선호했다. 개별 기업이 갖는 리스크를 줄이고, 업종별로 묶어 전문가가 운용하는 ETF(상장지수펀드) 상품이 적합하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수익을 내는 게 중요하기 보다는 사회에 본격 진출하기 전 경제 경험을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털어놨다. 투자에서 나온 수익은 재투자로 규모를 키워 가는 게 단기 목표다. 제대하며 예치해 둔 장병 월급까지 더 해 투자 규모를 조금씩 확장하는 중이다.
지금은 주식투자를 하고 있지만 사실 표씨가 관심 있는 재테크 영역은 토지 경매·공매다. 아버지를 따라 고등학생때부터 임장을 다녔을 정도다. 여러차례 유찰될수록 가격이 내려간 토지 물건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법원 경매 현장을 직접 찾아가기도 했다. 사회에 진출하고 안정적 근로소득이 생긴 후 재테크 포트폴리오에 장기 투자처로 경공매를 통한 토지를 넣을 예정이다. 표씨는 "재테크를 하면 금리나 거시경제, 한국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부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변화"라며 "미래를 스스로 설계할 힘을 채워가고 있다"고 전했다.
같은 과 박준우씨 역시 2020년 입대 후 월급으로 주식을 시작했다. 간부들이 하는 주식 이야기를 귀동냥으로 들으며 흥미를 가졌다. 국내 기반이 탄탄한 큰 기업에 적금이라 생각하고 주식을 매입했다. 코스피 상승기에 발생한 수익은 스스로 어리석은 자신감이라 반성할 만큼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고 털어놨다. 직접 해 본 주식 거래의 경험은 투자의 가치보다 실물 경제를 공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 가장 큰 수확이다. "젊은 사람들이 돈을 어떻게 대하는냐에 따라 벌기도 잃기도 하지만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작게 찾아온 리스크를 극복하고, 공부하는 값진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어리석은 자신감도 일찍 경험했고요."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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