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재열 경북대 명예교수·시인
어릴 적 여름 밤 반딧불을 잡으려고 대빗자루를 들고 동네 고샅길을 뛰어 다닌 적이 있던가? 미국에는 올해 반딧불이 돌아왔다고 기뻐들 한다. 미국의 동북부 몇 주에 최근 반딧불이 평년보다 더 많이 나타나 밤하늘에 수를 놓는다고 한다. 이들은 인류보다 수백만 년 전에 출현하여 현재는 전 세계적으로 2천200종이 있으며 아직도 새로운 종이 발견된다. 반딧불은 루시페린아제라는 효소를 분비하는데, 이 효소가 루시페린, 산소, 마그네슘, 약간의 에너지와 작용하여 빛을 생산한다. 이것은 유충으로 2년간 땅속에 살다가 성충이 되어서는 2주밖에 못 산다.
반딧불은 고온다습한 기후를 좋아한다. 미국 동북부는 작년과 올 봄에 비가 잦았기에 반딧불이 많이 불어난 것이다. 예컨대 뉴욕은 봄철 강우량이 평년보다 훨씬 많아서 유충에게 좋은 환경이 되었다. 그러나 북아메리카 170종 가운데 18종은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 서식지 훼손, 살충제 살포, 빛 공해, 기후 변화 등이 원인이다. 반딧불이 파란 빛을 발산하여 짝을 찾는 데는 어둔 하늘이 필수적이다. 밤이 밝으니 짝을 못 찾아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이다.
뉴욕에는 '북두칠성 반딧불'이란 종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이 종은 일몰 전후 두어 시간 아직 빛이 많을 때 나와서 짝을 찾는다. 완전히 어두울 때 나오는 종보다 빛에 강하여 빛 공해를 덜 입었다. 농촌보다는 뉴욕의 센트럴파크 같은 대도시 공원에 반딧불이 더 많은 것은 그곳엔 모기약 외에 살충제를 거의 치지 않기 때문이다. 반딧불을 많이 보려면 여름에 꼭 외등을 끄고, 가을엔 낙엽을 쓸지말고, 잔디도 깎지 말고, 흙은 습기와 유기질을 풍부하게 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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