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주 씨름 유망주, 감독에 상습 폭행 피해
도교육청 학교운동부 전수조사
감독 “조사중 입장밝히기 어려워”

경북 상주시 중학교 씨름부 선수 A 군 정수리에서 삽에 찍힌 상처가 남아 있다. A 군 학부모 제공

경북 상주 중학교 씨름부 폭행 피해자 학부모가 18일 경북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오주석 기자
경북 상주의 한 중학교 씨름부 학생이 감독에게 지속적으로 폭행을 당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있다. 피해자 학부모는 지도자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경북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에 나섰다.
18일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상주 모 중학교 씨름 선수 A(15세)군은 초등학교 시절 전국 대회에서 입상한 유망주였다. 6학년 당시 몸무게가 100㎏ 육박했던 A군은 장사급에서 두각을 보였다.
장미빛 미래를 꿈꾸며 중학교에 진학한 A군의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감독의 상습적인 폭력에 시달린 것. 급기야 씨름부 감독 B씨는 지난 6월 5일 A군의 머리를 둔기로 내리쳐 중상을 입혔다. 피해 학생은 상처 부위를 의료용 스테이플러로 한 차례 봉합할 정도의 머리에 상처를 입었으나 B씨는 부모에게는 "세면대 부딪혀 다친 것"이라 거짓 해명을 했다.
지속적인 폭력에 시달리던 A군이 지난달 28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다 부모에게 구조된 뒤 피해 사실을 털어놓으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났다.
사건 이후 학교측은 지난 1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감독 B씨의 계약 해지를 결정했다. 자체 조사에선 복수의 학생들이 B 감독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북교육청은 학교운동부 지도자 폭력 재발 방지를 위해 도내 전 학교운동부를 대상으로 14일부터 긴급 전수조사에 나섰다.
경북교육청 관계자는 "B감독은 학생들의 훈련 태도를 훈계하는 과정에 신체 폭력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인사위원회 결정에 이후 B감독은 학교를 떠난 상태"라고 말했다.
체육계에선 이번 사건을 단순한 개인 일탈이 아니라 체육계 전반의 폭력·은폐 구조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례로 규정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체육계 관계자는 "운동부 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체벌을 받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코치나 감독들 역시 비슷한 인력풀을 갖고 있다 보니 학생들이 체벌 사실을 밝히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교육계에서 더욱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군의 부모는 "아이가 운동하러 나가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해왔지만 실제로 체벌이 가해지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사건이 있고 나서 아이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올해 4월부터 지속적인 폭력을 받아왔었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B감독은 "현재 경찰조사를 받고있는 상황이라 (폭행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긴 어렵다"고 해명했다.

오주석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