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간 '보이차 향기를 따라 떠나는 차마고도 여행'은 보이차의 역사와 인류, 자연에 관한 깊은 통찰을 녹여낸 문화기행서다. <게티이미지뱅크>

보이차 향기를 따라 떠나는 차마고도 여행/오세록 외 1명 지음/마이스터연구소/360쪽/1만9천500원
아직 끝나지 않은 무더운 여름에도, 매서운 겨울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차(茶)다. 어디서든 쉽게 찾을 수 있는 티백부터 둥글게 눌러 담은 고급 차 덩어리까지 오랜 세월 사람들의 곁을 지켜온 기호식품이다. 그중에서도 수백 년의 역사를 품은 차라면 단연 보이차(普洱茶)다. 단순히 '비싸고 맛있는 차'가 아닌, 긴 세월을 건너온 문화와 교역, 삶의 흔적을 지닌 향긋한 산물이다.
작가 오세록과 김연욱이 신간 '보이차 향기를 따라 떠나는 차마고도 여행'을 출간했다.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라, 보이차의 역사와 인류, 자연에 관한 깊은 통찰을 녹여낸 문화기행서다. 저자들은 중국 운남성을 가로지르는 고대 교역로 '차마고도(茶馬古道)'를 직접 걸으며 마주한 풍경과 사람들의 삶을 통해 보이차의 발자취를 다각도로 조명한다.
차마고도는 과거 중국 남부의 차와 티베트 고원의 말을 교환하던 상인들이 오갔던 길이다. 높은 해발고도의 산악지대와 깊은 계곡, 변화무쌍한 날씨가 이어지는 험난한 길이지만, 차·말·소금·비단 등 여러 물품이 오가며 무역과 교류, 수많은 인간사의 흔적을 쌓아왔다. 곤명(쿤밍)의 분주한 골목길, 보이(푸얼)시의 보이차의 본고장다운 장대한 차밭, 노반장(라오반장)의 강렬하고 묵직한 '왕의 풍미' 등 긴 역사 속에서 형성된 차 문화를 고스란히 담았다. 특히 서쌍판남(西双版纳·시솽반나) 지역 소수민족 등 다양한 지역 공동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풀어냈다.
여정은 차마고도의 관문인 곤명에서 시작된다. 현지 시장과 찻집에서 발견한 지역 사람들의 일상을 통해 보이차가 단순한 음료가 아닌, 공동체와 문화를 지탱하는 삶의 방식으로 바라본다. 또한 또한 발효와 숙성 방식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을 내는 생차(生茶)와 숙차(熟茶), 수백 년 된 고수차(古樹茶)가 주는 깊은 향과 젊은 대수차(大樹茶)의 균형 잡힌 풍미, 고대 차나무 숲을 지키려는 보전 노력까지 담아내며 차의 세계를 정밀하게 보여준다.
책은 총 8장으로 구성된다. 1장에서는 보이차의 발상지 운남성과 곤명을 소개한다. 이어 2~3장에서는 보이차의 기원과 효능, 차마고도의 역사와 인류사를 현장감 있게 풀어낸다. 4장은 '생차'와 '숙차'의 미학을, 5장은 고대 차나무 숲을 중심으로 고수차, 대수차 등을 설명한다. 6장에서는 고대 차나무 숲이 있는 징마이산(景迈山), 부드럽고 섬세한 풍미를 생산하는 이우산(易武山) 등 운남성의 주요 생산지를 답사한 경험을 담았다.
특히 '가짜 보이차' 문제도 다룬다. 보이차가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폭발적인 수요를 얻게 되고, 이에 따른 시장의 투기 현상 등 여러가지 부작용을 얻었다. 저자는 현장에서 직접 목격한 가짜 보이차 유통 실태와 피해 사례, 이를 막기 위한 제도·산업적 개선 방향을 다룬다.
저자는 "차(茶)는 우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일깨워주는 매개체"라며 "고대 상인들이 차마고도를 오가며 교역했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차라는 한 잔의 음료는 사람과 문화를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작용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저자 오세록은 연세대 경제학 석사를 취득하고 현재 <주>씨에스글로비즈 대표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고대 그리스부터 히말라야까지 전 세계의 유서 깊은 공간을 여행하며 문명의 흔적을 탐험하고 있다. 공동저자인 김연욱 마이스터연구소장은 약 30년 간 전문작가로 활약 중이며, 글을 통해 여행의 현장감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다.

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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