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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회 달서책사랑 전국주부수필공모전] 심사평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 담담하게 풀어내”

2025-08-28 06:00
박기옥 심사위원장

박기옥 심사위원장

제16회 영남일보 '책사랑 주부수필 공모전'에서는 총 339편이 응모됐다. 1인 1편 제출이니 대단한 반향(反響)이라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작가의 지역별, 연령대가 다채로워서 고무적이었다. 51편이 예심을 거쳤다.


많은 작품이 주제로 내건 여러 독서 활동에 걸맞게 굴곡진 삶에서 생긴 아픔과 상채기를 녹여내는 감동을 보였으나 더러는 주제와 동떨어진 작위성을 보여 아쉬웠다. 고심 끝에 박수진의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독서'가 대상 수상작품으로, 김나아의 '돌 굴리기'가 금상 수상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경선의 '엄마 뭐 해요?'와 이하성의 '밥그릇과 책갈피' 2편이 은상 수상작품으로 뽑혔고, 이윤지의 '아기 돼지 삼형제에게 배운 지혜'와 김종희의 '어린이들의 작은 세상', 이윤진의 '도서관의 미세스 리', 이미경의 '책 읽는 아이, 책 쓰는 어른' 등 4편이 동상 수상 작품으로 선정되었다.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박수진의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독서'는 단어보다 그림을 좋아하고 글자를 배우는 속도도 또래보다 많이 느린 아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경계선 지능'이라는 의사의 진단이다. 그러나 엄마는 조급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아이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기로 한다. 엄마는 그 첫 시작을 책으로 결정한다. 하루 한 문장, 한 그림이라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인다. 매일 저녁 아이와 함께 책을 읽으면서 지식이 아닌 느낌을 나누기 시작한다. 책 읽기는 아이의 세계를 조금씩 넓혀준다. 서서히 아이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한다. 비록 속도는 느릴지라도 한 글자, 한 문장씩 읽어가며 아이는 책장 너머로 자라고 있음이 느껴진다. 느림은 아이만의 방식이라고 이해한다. 엄마는 안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독서가 어쩌면 가장 멀리 나아가는 사랑의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을. 자신 또한 아이와 함께 책을 통해 진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박수진 작가는 자칫 어둡고 무거울 수도 있는 이야기를 담담하게 서술하는 재능을 지녔다. 훌륭한 작가의 덕목이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독서'는 독자의 심금을 울리는 글이었다. 건필을 빈다.


금상 수상 작품인 김나아의 '돌 굴리기'는 우리가 흔히 만날 수 있는 일상적 이야기를 알베르 까뮈의 '시지프스 신화'에 비유한 작품이다. 작가는 글의 시작부터 '언제나 좋지 않는 일은 한꺼번에 터지기 마련이다'로 일갈하면서 친정아버지의 병환에 남편의 실직에 작가의 재계약 불가를 쏟아놓는다. 어느 날 남편과 심한 말다툼 끝에 충동적으로 집을 나가 북스테이라는 지역 도서관을 들르게 된다. 거기서 만난 책들 중 까뮈의 '시지프스 신화'를 주목한다. 바위를 굴려 정상에 올려놓으면 바위는 다시 굴러 떨어진다. 계속 바위를 굴려 올려 놓아야 하는 시지프스의 고통은 쳇바퀴 도는 우리네 인생 같아 보인다. 작가는 깨닫는다. 인생은 떨어질 것을 알지만 계속 바위를 굴리는 시지프스처럼 고통과 희망의 반복이라는 것을.


누구나 겪는 우리네 이야기를 시원하게 끌고 나간 작가의 필력이 놀랍다. 독자로 하여금 잠시도 눈을 못 떼게 하는 가독성도 장점이고, 상황 전개를 가식 없이 풀어나가는 솔직함도 호감이 가는 부분이었다.


은상과 동상 작품들도 수작들이 많았다. 소재도 다양했고 주제 접근에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작가는 수필을 쓸 때 쓰고자 하는 대상으로부터 심리적 거리를 둘 줄 알아야 한다. 대상의 객관화이다. 작가 스스로 대상에 함몰되어 자기 슬픔이나 비탄에 치우치게 되면 독자는 멀리 달아나버린다. 수필이 언뜻 쉬운 것 같아도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심사위원장=박기옥 대구문인협회 부회장


▶심사위원=홍억선 한국수필문학관 관장, 백승운 영남일보 콘텐츠·사회공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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