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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쌓아온 ‘뮤지컬 도시’ 명성…전용극장 부재에 발목 잡히는 대구

2025-09-01 19:07

‘뮤지컬 도시’ 지속가능성을 묻다 <하>

내년 20주년을 맞는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은 '뮤지컬 도시 대구'를 이끌어온 주역이다. 전국 유일의 뮤지컬 축제로서 수도권 중심의 생태계를 지역으로 확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오랜 숙원인 전용극장 부재는 '뮤지컬 도시' 대구의 위상을 위협하는 아킬레스건으로 남아 있다. 특히 전임 정부의 국정과제로 대구시 산격청사(옛 경북도청)에 조성될 계획이었던 '국립뮤지컬 콤플렉스' 사업이 지난 8월 중순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선정 불발로 제동이 걸리면서, 인프라 확충에 대한 기대감이 꺾였다. 딤프의 20년 역사가 쌓아올린 성과와 함께 대구 뮤지컬 생태계가 직면한 현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짚어본다.


◆딤프도 피하지 못한 예산 축소

딤프는 국내 최초로 창작지원사업을 시작해 창작자들에게 초연 무대를 제공해왔다. 사진은 올해 9월7일까지 공연하는 제14회 창작지원작 뮤지컬 '프리다' 무대 모습.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딤프는 국내 최초로 창작지원사업을 시작해 창작자들에게 초연 무대를 제공해왔다. 사진은 올해 9월7일까지 공연하는 제14회 창작지원작 뮤지컬 '프리다' 무대 모습.

딤프의 가장 큰 성과는 창작 뮤지컬 발굴과 지원에 있다. '어쩌면 해피엔딩'의 작곡·작사가인 '윌·휴콤비'의 첫 협업작 '번지점프를 하다'가 딤프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했듯, 딤프는 국내 창작 뮤지컬의 산실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를 계기로 20주년을 앞두고 내년부터 창작지원사업의 지원금을 늘리고, 뉴욕과 연계한 창작지원작의 쇼케이스도 재개할 예정이다.


하지만 대구 문화계 전반의 예산 축소는 딤프도 비켜가지 못했다. 올해 제19회 딤프 예산 규모는 29억5천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억원 가량 줄어 코로나19 시기였던 2021년 수준으로 회귀했다.


그 여파로 10년간 운영해 온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뮤지컬 아카데미'는 올해 창작자 과정(극작·작곡)만 남기고 배우 과정(전문·심화)을 축소하는 뼈아픈 결정을 내렸다. 창작자 과정도 운영시기가 늦춰져 이달에야 운영된다. 배성혁 딤프 위원장은 "인건비와 배우 개런티는 매년 오르는데 축제 예산은 줄어들고 있다"며 "이 상황에서 제작 퀄리티를 유지하려니 축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인재 유출에 메마르는 역량

제4기 DIMF 뮤지컬 아카데미가 리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DIMF 제공>

제4기 DIMF 뮤지컬 아카데미가 리딩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대구는 국내 최초의 뮤지컬 특성화 중학교인 가창중과 계명대·대구과학대 등 다수 대학의 관련 전공을 통해 꾸준히 인재를 배출해왔다. 하지만 대경대 연극영화과의 남양주 캠퍼스 이전(2018년)을 비롯해 졸업생들의 활동 무대가 서울로 집중되는 현상은 인재 유출을 심화시키고 있다.


뮤지컬업계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작진 역량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박사는 "지역 대학의 뮤지컬 관련 학과들이 연극 기반에 머물러 있어 보다 전문적인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또한 딤프의 '뮤지컬 스타' '뮤지컬 아카데미' 등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지만 그 인력들이 현장으로 나오는 부분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배우뿐 아니라 작곡, 극작, 무대 기술 등 창작진 양성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도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지역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대구 음악창작소 등 유관기관과 연계해 음악과 관련된 창작진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한다면 뮤지컬 산업에도 선순환적 인력 배출이 가능하다. 지역을 넘어 K-뮤지컬의 경쟁력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전용극장 부재…축제 시너지 줄어

오는 9월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알라딘' 공연 모습. <홈페이지 캡처>

오는 9월까지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공연하는 뮤지컬 '알라딘' 공연 모습. <홈페이지 캡처>

대구가 '뮤지컬 도시'를 표방하지만, 대형 뮤지컬을 올릴 수 있는 공연장은 계명아트센터와 대구오페라하우스 단 두 곳뿐이다. 그러나 두 공연장 모두 최적의 무대를 구현하기 어렵고, 시설 노후화 등 한계도 뚜렷하다. 딤프 측은 축제 운영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전용극장의 부재를 꼽았다. 실질적인 공연장 컨트롤 타워가 없어 운영에 차질을 빚고, 축제가 한 곳에 집약되지 못해 시너지 효과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2019년 문을 연 부산 드림씨어터는 '뮤지컬 도시' 대구의 위상을 크게 흔들었다. 개관 직후 '라이온 킹' '위키드' 등 해외 대작 장기공연에 이어 올해 뮤지컬 '알라딘' 한국 초연까지 유치하며 관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 결과 2020년에는 뮤지컬 관객 수에서 부산에 역전당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대구는 지난해 티켓예매수에 있어 부산을 앞섰고, 올해 상반기에는 티켓판매액에서도 높은 수치를 기록하며 위상을 회복했다(영남일보 2월19일자 1면·8월13일자 19면). 하지만 대형 뮤지컬 공연이 가능한 두 공연장 모두 올해와 내년 공사에 들어가면서, 하반기부터 다시 부산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게 지역 관계자들의 의견이다.


◆제동 걸린 '국립뮤지컬콤플렉스'…희망의 불씨는 꺼졌나

국가문화예술허브 조성지인 옛 경북도청 터(현 대구시청 산격청사) 전경. <영남일보 DB>

국가문화예술허브 조성지인 옛 경북도청 터(현 대구시청 산격청사) 전경. <영남일보 DB>

대구 뮤지컬 산업의 숙원을 해결하고 창작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사업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스톱' 상태다.


대구시청 산격청사(옛 경북도청 일원)에 국가문화예술허브를 조성되는 사업이었으나, 지난 정부 국정과제인 탓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국립뮤지컬콤플렉스의 기본 계획 수립 연구 용역은 작년에 이미 완료된 상태로, 지난 12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2024 국립뮤지컬콤플렉스 현장 설명회&포럼'에서 연구 용역 결과를 정리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건립 기본 구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8월 중순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조성 사업'(총사업비 2천273억원)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선정을 요청했으나 결국 불발됐다. 함께 국가문화예술허브 공간에 조성할 계획이었던 국립근대미술관은 현재 연구 용역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


대구시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건립비를 요구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4분기에 있을 예타 조사 대상 사업 선정에 도전할 예정이며, 중앙부처에 지속적으로 요구하는 등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대극장(1천800석)과 인큐베이팅 중극장(500석) 중심의 창작·제작 공간과 뮤지컬 전문 자료관, 실습 및 워크숍 공간, 편의시설 등을 포함한 복합시설로, 인재 양성부터 제작·공연·유통까지 아우르는 창작 플랫폼으로 설계됐다.


지역 뮤지컬업계 한 관계자는 "국립뮤지컬콤플렉스는 대구가 그동안 쌓아온 '뮤지컬 도시' 역량의 결실"이라며 "적은 예산으로도 20주년까지 잘 성장해 온 딤프가 명실상부한 국제행사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랜드마크와 같은 상징적인 공간히 분명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20년 성과, 도약 발판으로 삼아야"

딤프는 준비위원회를 꾸려 내년 20주년 준비에 박차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막을 내린 제19회 DIMF 어워즈에서 출연진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DIMF 제공>

딤프는 준비위원회를 꾸려 내년 20주년 준비에 박차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막을 내린 제19회 DIMF 어워즈에서 출연진과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딤프는 준비위원회를 꾸려 내년 20주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역대 인기작 재공연, 아트마켓 기능 강화, 아카이빙 기념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다.


오동욱 대구정책연구원 박사는 "딤프는 코로나19 시기에도 한 번도 쉬지 않은 전국적으로 보기 드문 축제로, 도시 브랜드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며 "다만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20년간 축적된 힘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다수의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쌓아온 20년 노하우를 아카이빙해야 한다고도 입을 모았다. 또한 조직 운영 시스템 체계화와 함께 국제교류와 프로그램 다변화를 통해 대중성 강화가 중요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지역 뮤지컬업계 관계자는 "대구 뮤지컬 산업은 딤프를 시작으로 지역의 모든 인적 인프라를 동원해 성장해왔다"며 "국립뮤지컬콤플렉스 유치를 위해서는 K-뮤지컬 산업이 도약하는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이다. 이를 위해선 뮤지컬 관계자들 뿐만 아니라, 대구시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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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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