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107명→현재 68명…매년 30~40명씩 전문의 순감 전망
대구경북 10명→3명, 광주·전남 3명→1명…지방은 더 심각해
“1인 전공의 병원 속출”…응급·야간 수술 교육체계 붕괴 수준
<게티이미지뱅크>
대구 시내 한 대학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앞 게시판에는 1년 전 출력된 비상 연락망이 그대로 붙어 있다. 이름 옆에 적힌 '레지던트' 직함들은 대부분 취소선이 그어지거나 공란이다. 평일 오후임에도 전공의들이 머물던 당직실 책상 위에는 주인을 잃은 의학 서적과 서류 뭉치만 쌓여 있다. 24시간 체제로 가동되던 수련 병동의 실무 축이 무너지면서, 남은 교수진이 야간 당직과 수술 보조 업무를 직접 전담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25일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가 집계한 현황을 보면, 이달 초 기준 전국에서 수련 중인 레지던트는 68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107명이었던 인원이 불과 1년 사이 39명(36.4%)이나 줄었다. 수술실과 병동 운영의 허리 역할을 해야 할 인력망이 사실상 해체 수준에 접어든 셈이다. 연차별로는 4년차 14명부터 1년차 20명까지 전 학년이 고르게 부족해, 향후 숙련된 집도의 양성 고리마저 끊길 위기다.
지역 의료현장의 체감 온도는 더 낮다. 대구경북권의 수련 인력은 의정 갈등 이전 10명에서 현재 경북대병원 1명을 포함해 단 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부산·울산·경남(8명→3명)과 광주·전남(3명→1명) 등 비수도권 전반이 궤멸적 타격을 입었다. 강원·충북·제주는 수련 인원이 '0명'인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전국 89개 수련병원 중 전공의 맥이 이어진 곳은 21곳(23.6%)에 그친다.
이 같은 인력 공동화는 '1인 전공의 병원'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낳았다. 흉부외과 특성상 선후배가 조를 이뤄 응급 수술 노하우를 전수해야 하지만, 현재는 교육 체계 자체가 작동 불능이다. 이는 곧 전문의 수급 불균형으로 직결된다. 학회는 향후 4년간 222명의 전문의가 현장을 떠날 것으로 보지만, 현재 수련생 68명이 모두 전문의가 되어도 매년 30~40명씩 인력이 줄어드는 '데드 크로스'를 피하기 어렵다.
인프라 붕괴는 환자들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대구 동구 지저동에 산다는 60대 환자 보호자 A씨는 취재진에게 "지역 큰 병원에서 수술이 어렵다고 하면 서울까지 가야 하는데, 이송 중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겁부터 난다"고 말했다. 대구경북권에서 심장 수술이나 폐암 진료 시스템이 마비되면 환자들은 골든타임을 담보로 수도권 원정 진료에 나설 수밖에 없다. 이송 과정의 위험이 지역 주민의 일상적인 위협이 된 셈이다.
대구지역 대학병원에 근무하고 있는 한 전문의는 "교수들이 밤을 새우며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며 "새로 들어올 사람이 없는데 나갈 사람만 정해져 있는 상황이 가장 막막하다"고 전했다.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는 현재의 지표를 국가 전체 응급·중증 진료망 붕괴를 알리는 최후의 경고로 규정했다. 지역 거점 심혈관센터의 생존을 위해 단순 인력 충원을 넘어선 특단의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거세다
강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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