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세액공제 혜택 제한적…결국 LFP 기술력이 생존 가른다
전기차 이어 ESS도 ‘LFP’가 대세…변화에 대응 못한 기업은 위기

게티이미지뱅크
전기차 수요 둔화로 주춤했던 2차전지 산업이 미국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지만, 대구경북지역 기업들의 희비는 엇갈릴 전망이다.
배터리 셀 제조사와 달리, 소재 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 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이 제한적이고, 시장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어 관련 기술을 확보한 소수 기업만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분석된다.
iM증권이 발표한 '2차전지 Monthly'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2차전지 업종에 대한 '중립' 투자의견이 유지된 가운데, 향후 성장 동력으로 미국 ESS 시장이 지목됐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 배터리 셀 업체들은 ESS 완제품 공급과 AMPC 세액공제 직접 수혜로 높은 수익 개선이 기대된다.
하지만 소재 기업의 전망은 다르다. 보고서는 "소재 업체의 경우 배터리 셀 업체와 달리 단가 인상 여력이나 세액공제 수혜가 제한적"이라며 "ESS 시장이 대부분 LFP(리튬·인산·철) 기반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때 양극재 공급사들의 실질적인 수혜는 엘앤에프 등 일부 업체에 국한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분석은 대구에 본사를 둔 엘앤에프를 주목하게 한다. 엘앤에프는 8월 양극재 수출에서 전년 동기 대비 47.5% 증가한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양극재 수출이 16.1% 감소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또한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삼성SDI의 미국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라인에 양극재를 공급할 예정이어서 LFP 중심의 시장 재편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포항을 중심으로 생산 기지를 둔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등 다른 양극재 기업들은 북미 및 유럽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인한 실적 악화를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삼원계(NCM·NCA) 양극재와 달리, ESS 시장은 LFP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iM증권 정원석 연구원은 "미국 ESS 시장의 부상은 지역 2차전지 소재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인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에 따른 생존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라며 "LFP 양극재 등 변화하는 시장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동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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