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APEC을 한 달 앞둔 그저께 '북·미 경주 빅딜' 구상을 밝혔다. 파격적 내용이 담겼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회동 의제와 의미를 꽤 구체적으로 설계했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이 "아직은 상상의 영역"이라고 했지만, 비공식적 논의가 은밀히 진행되는 징조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북·미 깜짝 회동이 성사된다면 APEC 성공은 물론 한반도 긴장완화와 북핵 문제 논의까지 일거삼득의 빅 이벤트가 될 것이 분명하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진득하게 준비하면 꿈은 이뤄진다.
북·미 깜짝 회동은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 도지사의 제안에는 몇 가지 새로운 게 포함됐다. 미국과 북한 모두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다. 이 도지사는 "(경주 빅딜이 성사된다면) 비핵화보다 경제적 거래가 논의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회동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의제 범주를 제시한 셈이다. 원산에 현대중공업 조선소를 유치하자는 제안은 처음이다. 북·미 모두 흥미로울 것이다. 그곳에서 미국 군함을 건조하는 구상이다. 북한 경제 개방은 물론 북극항로 협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 도지사 심중의 생각이다. 한 발 더 나아가 "DMZ 지뢰 제거와 관광 인프라 조성까지 결합한다면 노벨평화상 명분도 충분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흔들만한 레토릭이다.
위 안보실장은 "미국은 대화 의지가 있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도 최근 "비핵화 주장을 중단하면 대화 가능하다"고 했다. 여지가 생긴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 도지사의 제안이 의미를 지닌다. 북미 양측 모두에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한 달 채 남지 않았다. 우리의 구상을 미국과 북한에 은밀하게만 전할게 아니라 이제 공개적으로 보다 공식화할 때가 온 것 같다.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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