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보건·경제 회의, ‘건강한 사회가 강한 경제’ 메시지
디지털 헬스·AI 기술, 고령화 대응 핵심 해법으로 부상
의료 격차 줄이고 회복탄력성 높이는 ‘AI 건강경제’ 주목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총장. APEC사무국 제공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 급속한 고령화의 파고 속에서 인공지능(AI)과 디지털 헬스케어를 새로운 성장 해법으로 주목하고 있다.
최근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APEC 보건·경제 고위급 회의(HLHEM)에서는 '건강한 사회가 강한 경제를 만든다'는 메시지 아래, 고령화 대응을 위한 지역 협력과 기술 혁신이 핵심 의제로 논의됐다.
에두아르도 페드로사 APEC 사무총장은 "APEC 장관들은 고령화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강한 보건 시스템과 지역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AI와 디지털 기술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경제의 회복탄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APEC 정책지원단(PSU)에 따르면 2050년이면 아태지역 인구의 4명 중 1명이 60세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의료·요양 수요는 급증하고, 노동력 감소와 연금 재정 압박이 심화되는 등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기술이 이러한 변화를 완화할 '경제적 완충장치'가 될 것으로 내다본다. AI 기반 조기 진단, 환자 맞춤 치료, 원격 모니터링 등은 의료비 절감과 효율성을 동시에 높이고 있다. 그러나 접근성의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기술의 혜택이 특정 계층에만 집중될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회의 참가국들은 고령화가 불가피한 현실이라면, 이를 사회·경제적 동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를 위해 APEC은 △의료 공급망의 다변화 △비전염성 질환(NCDs) 대응 협력 △AI 의료 기술의 신뢰성과 상호운용성 확보 등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팬데믹 이후 건강과 경제의 경계가 사라진 것도 주요 논의 중 하나였다. 각국 장관들은 "건강 위기는 생산성과 무역, 관광까지 흔드는 복합 충격을 초래했다"며 "보건 시스템의 강도가 곧 경제 회복력의 척도"라고 입을 모았다.
페드로사 사무총장은 "어떤 경제권도 인구 변화와 기술 전환의 부담을 홀로 감당할 수 없다"며 "국경을 넘어선 협력과 지식 교류만이 지속가능한 회복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의 공동 성명은 인구 구조 변화와 디지털 혁신의 교차점에서 새로운 건강경제학의 방향을 제시했다. 노화가 더 이상 경제의 '부담'이 아니라 기술과 정책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성장 자산'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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