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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130년 기다림의 끝, 울진 철도시대 열리다

2025-10-12 16:53
원형래 기자

원형래 기자

130년의 기다림 끝에 울진에 철도가 닿았다. 2025년 1월 1일, 동해선 전 구간이 개통되며 '교통의 오지'로 불리던 울진군이 드디어 철도시대에 이름을 올렸다. 1894년 철도국 설립 이후 처음으로 울진 땅에 철길이 놓인 것이다.


동해선 울진역 개통 후 불과 반년 만에 이용객이 23만 명을 돌파했다는 사실은, 울진이 더 이상 멀고 낯선 지역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교통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주민들의 이동 편의가 크게 개선됐을 뿐 아니라, 관광객 유입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울진군은 철도 개통을 관광산업의 전환점으로 삼았다. 단순히 지나치는 곳이 아닌 머무르는 관광지로 도약하기 위해 코레일과 협력해 특별열차와 철도 연계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3월부터는 '울진 관광택시'를 도입해 철도역에서 주요 관광지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 요금의 60%를 군이 지원해 4시간 기준 3만2천 원이면 울진 곳곳을 둘러볼 수 있다.


또한 농어촌버스 무료화로 철도 이용객들이 대중교통으로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했고, 10월부터는 1인 5천 원으로 6시간 울진을 여행할 수 있는 '울진여행 버스 지원 사업'도 시범 운영한다. 철도-택시-버스로 이어지는 삼중 교통망 구축은 관광객 체류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철도의 의미는 관광에만 그치지 않는다. 울진군이 추진 중인 원자력수소 국가산업단지의 물류·자재·인력 이동이 철도와 연계되면, 산업 효율성은 배가될 것이다. 또한 철도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기업 유치와 민간 투자 확대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켜졌다. 울진 철도는 관광과 산업, 두 축을 잇는 미래 성장 인프라가 되고 있다.


물론 과제도 있다. 개통 초기부터 높은 수요를 보이고 있는 만큼, 열차 편성과 운행 효율화가 요구된다. 울진군은 KTX 정차를 지속적으로 건의해왔으며, 오는 11월 중순부터 KTX가 울진 구간에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울진이 명실상부한 철도 중심 도시로 자리 잡는 신호탄이 될 것이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울진은 산불 피해와 고령화,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변화를 만들어 왔다"며 "철도를 기반으로 머무르고 싶은 천만 관광도시를 실현하고, 원자력수소 국가산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산업 기반을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울진의 철도 개통은 단순한 교통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지역의 한계를 넘어 미래로 나아가는 시작점이다. 긴 기다림 끝에 열린 철도는 울진군민에게 새로운 꿈과 기회를 실어 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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