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라한 등 보문단지 특급호텔, 10월 객실가동률 85~90%
민박협회 “계엄 이후 소비 위축…10월 예약률 작년보다 못해”

'2025 APEC 정상회의' 주회의장과 숙박시설이 있는 경주보문관광단지 전경. <경주시 제공>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가 보름 앞으로 다가왔지만, 대구경북 숙박업계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경주 보문단지 특급호텔은 행사 인력과 정상단 숙소로 대부분 채워졌지만 외곽의 민박과 펜션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예약률이 낮다.
보문단지 내 주요 호텔은 이달 들어 예약이 대부분 완료됐다.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지정된 라한셀렉트경주와 힐튼경주호텔의 객실 가동률은 85~90% 수준으로 파악됐다. 특히 APEC 회의가 열리는 오는 31일과 11월 1일에는 행사 인력과 각국 대표단 예약이 집중돼 사실상 '풀북(Full booking)' 상태다. 15일 현재 보문단지내 호텔과 리조트는 정상회의 개막식 당일 출입이 통제돼 일반 관광객 예약은 29일까지 일부만 가능한 상황이다.
반면 보문단지와 떨어진 경주시내 민박과 펜션은 분위기가 다르다. 한국농어촌민박협회 경주지회에 따르면 10월 예약률은 지난해보다 낮은 수준으로 일부 업소는 평일 객실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이들 숙박업소는 주로 조양동·하동·마동 등 보문단지 외곽 동부권 관광지 인근에 집중돼 있다.
협회 사무국장은 영남일보와의 통화에서 "9월은 최악이었고, 10월도 작년보다 못하다"며 "경기 침체와 계엄 이후 소비심리 위축 영향이 크다. APEC 특수를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대구도 일부 호텔을 제외하곤 경주 APEC 효과가 미미하다. 호텔업계에 따르면 지역 일부 호텔 숙박료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특정 호텔에 국한된 실정이다. 15일 영남일보 취재진이 확인해 본 결과, A호텔의 경우 APEC 개최 기간인 31~11월1일 1박 숙박 비용은 평균 82만5천원이었다. 직전 주 가격이 평균 40만원대인 것을 고려하면 두 배 넘게 높아진 가격이다. 하지만 계약으로는 아직 이어지지 않았다. 이 호텔 관계자는 "APEC과 관련한 숙박 문의는 여러차례 왔지만, 실제 숙박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APEC 행사가 호텔 가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확신할 순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같은 현상은 대구지역 나머지 호텔과는 거리가 있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대구의 한 호텔 관계자는 "세계 각국 대표단과 기업인들이 가장 많이 머무르는 곳이 경주다. 이어 부산이란 이야기를 들었는데 대구에 좀 더 많은 대표단을 유치했으면 어땠을까 싶다"며 "외교부에서 주최하는 세계적인 행사다보니 호텔 차원에서 방문객을 유치할 순 없는 상황이다.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경주와 맞닿은 포항은 그나마 낙수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포항시에 따르면 포항시내 약 340개(호텔급 100개·모텔급 240개) 숙박시설이 1만개에 가까운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평소 10월은 가을 행락객이 많이 방문하면서 70~80%의 객실이 차는 편인데, 올해는 이미 큰 호텔급을 중심으로 예약이 완료된 상태다. 포항시 관계자는 "APEC 관계기관에서 3~4박 일정으로 포항 곳곳의 2천여개 객실을 예약한 것도 큰 역할을 했다"며 "영일대해수욕장 바로 앞에 위치한 '라한호텔 포항'도 사전 홍보와 마케팅 등에 힘입어 많은 덕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장성재

전준혁

이남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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