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성재기자〈경북부〉
경주 보문관광단지가 대규모 민간투자로 다시 움직이고 있다. 1975년 문을 연 지 50년 만이다. 한때 전국 관광객이 몰리던 명소였지만 낡은 시설과 규제로 활력을 잃은 채 긴 세월을 보냈다. 그런 보문단지가 2025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경북문화관광공사는 보문관광단지 내 10개 부지의 11개 민간기업을 유치해 숙박·상업·체험시설을 아우르는 5천억 원 규모의 민간투자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각 부지별로 호텔, 리조트, 관광형 증류소, 테마형 상업시설 등 다양한 형태의 개발이 병행된다. 낡은 관광단지를 체류형 복합관광지로 전환하기 위한 도시 재생 프로젝트에 가깝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복합시설지구' 제도가 있다. 지난 4월 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숙박·상업·체험시설을 한 건물에 함께 설치할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숙박은 숙박지구', '상업은 상가지구'로 구분돼 단지 내에서도 시설 간 이동이 불편했고 민간 개발의 폭이 좁았다. 50년간 묶여 있던 단일 용도 제한이 풀리자 새로운 형태의 리조트와 체험형 상업시설을 결합하려는 투자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시민들의 기대도 크다. 노후 시설이 정비되고 야간경관이 개선되면 관광객 체류 시간이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도심 상권과 연계하면 지역 일자리도 늘고 경기 회복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APEC 이후를 대비한 체류형 관광지 전환은 분명 필요한 흐름이다.
하지만 이런 개발일수록 행정의 역할은 더 중요해진다. 용도 변경을 통해 토지의 가치가 오르면 누군가는 그 차익을 얻고 누군가는 그 과정을 지켜본다. 이 구조가 불투명해질수록 '공공이 문을 열고 민간이 이익을 챙긴다'는 비판이 따라온다.
보문단지 역시 기존 시설의 개발이익환수제 적용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크다. 용도 변경으로 생기는 토지가치 상승분을 공공이 얼마나 어떻게 환수할 수 있는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 부지에서는 수백억 원대의 지가 상승이 예상된다. 십수 년간 방치됐던 부지가 복합시설지구로 바뀌며 호텔 건립이 가능해지면서 공시지가가 두세 배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민간의 이익이 과도하게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 개발은 공공기여의 기준과 방식, 환수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투자기업의 기여액 산정 기준과 구체적인 지역 환원 방식을 공개하고 시민이 감시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투명한 절차와 합리적 기준이 뒷받침된다면 보문단지 개발은 '상생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장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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