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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 강국’이 부른 역설…한국인 표적된 배경

2025-10-15 19:22

초고속 송금·휴대폰 인증 구조가 자금 추적 막아
범죄조직, 소액 분산 송금으로 FIU 감시망 회피

최근 캄보디아에 탐문 수사를 다녀온 오영훈 부산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프놈펜에서 촬영한 한 범죄단지.  연합뉴스

최근 캄보디아에 탐문 수사를 다녀온 오영훈 부산 서부경찰서 수사과장이 프놈펜에서 촬영한 한 범죄단지. 연합뉴스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한국인이 표적이 된 배경에는 한국 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취약성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송금 속도와 간편결제 시스템이 '편의'의 상징이지만, 범죄조직에겐 실시간 자금이동과 은닉을 가능하게 하는 최적의 자금세탁 경로였던 것이다.


15일 현지 교민과 금융전문가들은 "한국인은 돈을 움직이기 쉬운 구조적 상황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스마트폰 하나로 송금·이체가 가능한 환경은 이용자에게는 효율적이지만, 범죄조직에겐 '실시간 회수 가능한 자산'이라는 의미로 통했다. 여기에 SNS·메신저를 통한 '고수익 알바' '해외 취업 제안' 등 비대면 유인 구조까지 맞물리면서, 한국인이 범죄의 주요 타깃이 됐다.


국내 금융권의 비대면 해외송금 시스템도 범죄조직의 악용 여지를 키웠다. iM뱅크 등 주요 은행은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로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미화 5천달러(약 710만원) 이하 거래는 별도 증빙 없이 송금할 수 있어, 범죄조직이 탈취한 계정을 활용할 경우 신속한 자금 세탁 경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분석할 때 한국 디지털 금융의 구조적 허점을 크게 두가지로 요약했다. 우선 초고속 송금 시스템이다. 송금이 실시간으로 완료되는 구조는 피해자가 강제 송금을 당하거나 계좌가 탈취될 경우, 돈이 빠른시간에 다수의 계좌로 흩어져 추적이 힘들어질수 있다. 수사기관이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사라지는 셈이다.


둘째, 인증체계의 과도한 중앙화다. 휴대전화가 간편결제·모바일OTP 등 금융 인증의 핵심 열쇠로 작동하면서, 범죄조직이 스마트폰만 탈취해도 별도의 해킹 과정 없이 송금과 결제가 가능하다.


범죄조직이 금융당국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소액 단위로 쪼개 여러 계좌로 옮기는 '다계좌 분산 전송' 방식을 악용하는 문제도 있다. 이 방식은 자금을 소액으로 분산해 여러 계좌로 전송함으로써 개별 거래를 정상으로 위장, FIU(금융정보분석원)의 탐지 알고리즘을 회피할 수 있다. 실시간 송금과 인증 중앙화라는 구조적 취약성 위에 이 같은 방법이 더해지면 자금 흐름을 하나로 연결해 추적·동결·회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한편 정부는 15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한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급파할 예정이다. 경찰청, 법무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 부처가 포함된 이번 대응팀은 현지 공조 수사와 피해자 보호 대책 마련에 나설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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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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