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대구 아양초등 5학년 2반 교실에서 최경원 강사가 '공감하고 행동하는 디지털 시민 되기'를 주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지난 20일 대구 동구 아양초등 5학년 2반 교실에는 조금 색다른 미디어 수업이 열렸다. '공감하고 행동하는 디지털 시민되기'를 주제로 한 이번 수업은 대구시교육청과 연계해 운영된 '디지털 액션스쿨'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디지털 공간 속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했다.
요즘 아이들의 하루는 스마트폰과 함께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끝난다. 채팅과 영상, 댓글이 일상이 된 만큼, 디지털 세상 속에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전달할 것인가는 더 이상 단순한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이날 수업은 바로 이 지점을 짚어 아이들이 온라인상에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되돌아보고, 타인의 마음을 읽는 연습을 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교실 안에서는 '좋아요'보다 '마음이 담긴 말'을 실천해보는 활동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온라인 댓글 속 문장을 보고 생각을 나누었다. 서로의 입장에서 공감 댓글을 달아보며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겠다", "이건 조금 서운하게 들릴 수 있겠다"는 의견이 오갔다. 이어진 활동에서는 실제 SNS 갈등 상황을 바탕으로 공감 시나리오를 만들어보며 감정이 통하는 디지털 언어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달았다.
한 학생은 "앞으로 댓글을 쓸 때 상대방의 기분을 먼저 생각해야겠다"라며 수업 소감을 전했다. 디지털 공간에서도 따뜻한 언어와 공감의 태도가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담당교사 박우정(27·수성구 시지동) 교사는 "학생들의 미디어 노출 시간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만큼, 바르고 똑똑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이 꼭 필요하다"며 "이번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온라인에서의 언어습관을 스스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수업을 진행한 최경원(55·동구 율암동) 강사는 "디지털 세상은 정보의 속도보다 감정의 온도가 더 중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SNS에서 영상과 메시지를 빠르게 주고받지만, 그 안에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법은 익히기 어렵다"면서 "그래서 이번 수업은 기술보다 마음을, 클릭보다 대화를 먼저 배우도록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최 강사는 "공감은 배울 수 있는 능력이고, 디지털 시민성은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가치"라며 "아이들이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따뜻하게 표현하는 모습을 보며, 감정이 살아있는 디지털 세상에 대한 희망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이번 수업은 '감정과 미디어 연구'를 의미하는 감미연 연구모임의 현장 적용 프로그램으로, 아동의 정서 발달과 디지털 시민성 함양을 위한 감정중심 미디어 교육모델을 기반으로 진행됐다. 연구모임은 앞으로도 학교 현장과 긴밀히 협력해 학생들의 감정 표현력과 공감능력을 키우는 감정 기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글·사진=서현정 시민기자 romantiktim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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