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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윤일현의 ‘밥상과 책상 사이’…수능, 조용한 통과의례가 되길 바라며

2025-11-02 22:06

수능, 조용한 통과의례가 되길 바라며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윤일현 시인·윤일현교육문화연구소 대표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다음 주 목요일(13일)로 다가왔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우리 사회는 마치 국가적 행사를 앞둔 듯 긴장한다. 수험생뿐 아니라 부모, 교사, 이웃 모두가 한마음으로 시험을 의식하며 불안해한다. 이런 과도한 분위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수능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누구나 한 번쯤 거쳐야 하는 통과의례일 뿐이다. 우리는 수능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적 풍토를 되돌아보고, 보다 차분하고 성숙한 시험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우리 사회가 수능에 집착하는 이유는 학벌 중심의 구조와 승자독식 문화 때문이다. 여전히 많은 분야에서 '한 번 해병, 영원한 해병'이라는 구호가 힘을 발휘한다. 한 번의 결과가 평생을 결정짓는 경우가 아직도 너무 많다. 패자 부활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상대적 박탈감과 패배감에 시달린다. 이런 풍토 속에서 대학 입시는 사생결단의 싸움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고, 명문대 진학이 곧 성공의 열쇠로 인식된다. 그러나 이제는 명문대를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다. 오히려 대학 입시 준비에 쏟는 비용과 힘의 낭비로 많은 가정이 힘들어한다. '대학이 가정을 무너뜨린다'라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이런 고통은 우리 사회가 성적과 학벌에 지나치게 매달린 결과다.


수능은 인생의 한 과정이며,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 시험일 따름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수능을 국가적 대사처럼 여긴다. 수험생보다 주변 사람이 더 초조해하며, 초콜릿이나 찹쌀떡을 선물하며 '대박'을 기원한다. 과도하고 과장된 응원은 때로 수험생에게 부담이 된다. 진정한 격려는 요란한 응원이 아니다. 가진 실력을 실수 없이 발휘하길 바라는 조용한 응원 문화가 필요하다. 시험에 대박은 없다. 뿌린 대로 거둘 뿐이다. 운에 기대는 것은 도박과 다를 바 없다. 허황한 대박 심리를 조장하기보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에 임하도록 차분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수험생에게 가장 큰 적은 불안감이다. 그러나 적절한 긴장은 오히려 집중력을 높이는 에너지가 된다. 문제는 불안이 지나쳐 공황으로 발전하는 것이다. 불안을 위협으로 받아들이면 마음이 얼어붙지만, 도전으로 받아들이면 뇌는 집중력을 발휘해 가능성을 탐색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도전 의식이다. 남은 기간에는 새로운 문제를 푸는 것보다 그동안의 모의고사와 문제집을 다시 훑어보며 틀렸던 문제와 소홀했던 단원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오답의 원인을 분석하고 교과서의 기본 개념을 확인하는 과정이 실력을 단단히 만든다.


생활 패턴을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많은 학생이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생활에 익숙하지만, 수능은 오전 8시 10분까지 입실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잠에서 깬 후 두세 시간 뒤에 두뇌가 가장 활발히 작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소 일주일 전부터는 자정 전에 잠자리에 들고 아침 6시경에 일어나는 낮 주기의 생활로 바꾸어야 한다. 평소의 학습 습관을 유지하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은 어떤 위로나 격려의 말보다 꾸준한 공부가 가장 큰 힘이 된다. 비행기가 날아야 떨어지지 않듯, 수험생은 매일 공부해야 불안하지 않고 자신감을 얻는다. 가벼운 운동이나 산책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머리를 맑게 한다. 심리적 안정감이 결국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진정한 격려는 요란한 응원이나 선물이 아니다. 수험생이 편안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배려해야 한다. 수능 당일 수험생과 가족만이 차분히 움직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그날이 시험 날인지조차 모른 채 일상을 살아가는 사회를 상상해 보자. 그런 날이 와야 '입시지옥'이라는 말도 사라질 것이다. 뿌린 대로 거두고, 끝나면 다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면 된다. 올해 수능 날은 그냥 평범한 목요일이면 좋겠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쉬운 문제를 자주 틀리는 학생은 주어진 지문이나 조건 안에서 답을 찾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외적 정보에 끌려 엉뚱한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예단과 비약을 피하는 최선의 방법은 지문과 문항을 끝까지, 진지하게, 정확히 읽는 것이다. 문제의 난이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가 어려우면 남도 어렵다. 중요한 것은 문제 풀이에 집중하겠다는 마음가짐이다.


지금, 이 순간까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달려온 수험생과 가족에게 진심으로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수험생 여러분의 내일은 지금까지의 수고와 노력, 미래의 꿈과 소망으로 더 밝게 빛날 것이다. 모든 수험생의 건강과 행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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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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