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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목의 시와 함께] 황성희 ‘점묘’

2025-11-03 06:00
신용목 시인

신용목 시인

멀리서 보면 나는 불안의 전체


나로 뭉쳐 있기 위해 쓰는 안간힘


너는 나를 보고 편해지라고


몸의 힘을 빼보라고 하지만


얼굴 안에서도 별의 인력은 유지되고


나는 입술을 유지하기 위해 입술을 벗어날 수 없다


-황성희 '점묘'-


자기를 지키려는 혹은 자기를 재구성하려는 저 '안간힘' 속에는 '별의 인력'이 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는 것은 '입술' 곧 입술을 통해 세상에 출현하는 언어를 지키는 일처럼 느껴진다. 내가 그 자리에 나로 있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내 몸이 이 세계에 존재하기 위한 조건. 어쩌면 그것은 기원에 대한 감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우리가 어둠으로 걸어나왔다는 사실을 종종 잊는다. 가령, 그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 그림자가 있다. 김수영이 '하 그림자가 없다'에서 생활과 정치를 엮어 결국 '역사'라고 말했던, 그래서 그림자는 우리가 어둠 이전의 세계에까지 줄곧 이어져 있다는 증언이자 그 세계와의 끝나지 않는 동행을 가시화하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걸어나왔다. 어둠으로 가득 찬 텅 빈 우주로부터. 우주의 한 지점에 마련된 각자의 '장소'를 열고 들어와 보이지 않는 것에서 보이는 것이 되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들어온 문. 그것이 몸이다. 아무리 닫으려 해도 닫히지 않는다. 몸에 대한 자각이 근원적 고독과 이어져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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