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수 대구시 공항도시과장
과거 우리의 늦여름과 가을 하늘에는 여러 종류의 잠자리가 선명하게 빛났다. 코흘리개들은 제 키보다 큰 대빗자루를 들고 잠자리를 쫓았다. 얼마 전 안 사실중 하나로 된장잠자리는 태풍이나 큰 바람을 타고 동남아에서 날아온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일부 잠자리들은 아마 필자보다 더 넓은 곳을 다녀보지 않았을까 하는 우스개 생각도 해본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했다. 식견을 넓히는 데는 여행만한 게 없을 것이다.
요즘 많은 이들이 해외여행을 통해 견문을 넓히고 있다. 정보 접근과 이용 능력이 탁월한 젊은이들은 더 쉽게 외부와 연결되어 세상을 보는 눈이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대구에도 세계 어디든 갈 수 있는 공항이 만들어져 젊은 세대의 시야를 더 넓게 해줘야 한다. 그 넓어진 안목을 실현시킬 수 있는 미래형 신도시인 '군위 스카이시티'가 대구경북신공항 인근에 자리할 준비를 하고 있다.
조선 후기 영·정조시대 유만주라는 사대부가 13년간 정성스레 쓰고 '흠영(欽英)'이라 이름 붙인 일기가 있다. 작가는 일기에서 자신만의 이상향을 홍도(鴻都)라 이름하고, 둘레는 100리 남짓, 기후가 맑고 온화하며 1천호에 불과하지만 집집마다 200섬의 곡식이 나오는 도시로 설계했다. 사대부는 과거 급제를 하지 않는 이상 달리 직업을 가질 수 없었던 시대 상황에서 작가는 이상향에서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주고 있다. 경제 기반 자립과 일자리는 과거, 현재 없이 도시의 최고 구성요소인 모양이다. 안타깝게 유만주는 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하고 요절했다.
대구시는 군위 스카이시티를 1단계 493만㎡(149만평), 2단계 579만㎡(175만평), 합계 총면적 1천72만㎡(324만평) 규모로 2045년까지 2조8천억원을 투입해 조성할 계획이다. 우선 1단계 사업은 2034년까지 1조4천억원의 재원으로 추진한다. 지역 청년들이 자신의 삶을 빛나게 가꾸며, 지역 경쟁력을 한층 더 키우는데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군위 스카이시티가 제공할 것이다.
우선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공항 관련 고부가가치 기업 유치뿐 아니라 국비 확보로 저렴한 부지 제공, 해외 기업 및 투자유치 등을 통해 도시 경쟁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대구테크노파크(TP), 지역 대학이 연구개발, 기술이전 등의 사업을 수행하게 된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을 중심으로 한 메디컬센터 등 우수한 의료환경 조성으로 주거·산업·교육 기능이 한데 어우러 지도록 개발할 계획이다. 이처럼 군위 스카이시티는 지방 소멸을 막고, 대구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자리매김한다는 선명한 목표가 있다.
군위 스카이시티가 들어설 군위군도 한때 8만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살던 곳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곳이 됐다. 그러나 이제 군·민간공항을 모두 품에 안아 옛 어른들이 미래를 내다보며 지은 듯한 軍威(군위)라는 지명의 새 역사를 써내려 갈 채비를 하고 있다.
공항도시과 연찬회에서 보행 친화 공간을 공부하던 중 '삶으로 가득찬 거리 만들기'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거리를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만들자는 의미다. 하지만 이를 더 확대해 모든 것들이 연결돼 희로애락을 같이 하는 '삶으로 가득찬 도시 만들기'라는 말도 성립되지 않을까? 군위 스카이시티가 하늘로 전 세계와 연결되고, 내부로는 군위 첨단산업단지, New K-2와 연결돼 다양하고 풍성하며 활력있는 '삶으로 가득찬 도시'가 되길 바란다.
노태수<대구시 공항도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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