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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대구 신공간 이야기 <하> 수레와 길

2025-11-12 14:44
노태수 대구시 공항도시과장

노태수 대구시 공항도시과장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나라는 길이 험해 수레를 쓸 수 없다."하니, 이 무슨 말인가. 나라에서 수레를 쓰지 않으니까 길이 닦이지 않을 뿐이다. 만일 수레가 다니게 된다면 길은 저절로 닦이게 될 테니 어찌하여 길거리의 좁음과 산길의 험준함을 걱정하리오.


물론 수레의 효용과 장점을 이야기하는 대목이지만 필자는 만약 그 당시 수레가 쓰이고 길이 닦였다면 한양으로 사람과 물자가 다 몰려 오늘날 지방 도시들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해본다. 지금 우리 현실에 이 이야기를 비춰보면 어떠할까? 수레를 자원으로, 길을 지방으로 바꿔 생각해 보면 자원을 쓰지 않으니 지방 발전의 길이 닦일 턱이 있겠는가?


지금처럼 모든 것을 끌어들이는 수도권의 비정상적 팽창과 점점 쪼그라드는 지방의 현실에 맞서 대구시가 추진하는 군위 첨단산업단지 조성은 TK신공항 개항, 군위 스카이시티 조성과 함께 참으로 중요한 시기에 이뤄지는 역점 사업이다.


군위 첨단산업단지는 총면적 1천620만㎡(490만평)로 1단계 630만㎡(190만평), 2단계 990만㎡(300만평) 규모이다. 최근 대구시가 추진하는 가장 큰 산단이고, 2030년까지 1단계 사업에 1조2천억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TK신공항을 중심으로 미래자동차, 에너지 등 첨단산업 분야뿐 아니라 첨단 섬유복합단지, 식품 클러스터를 육성해 지역의 미래 경제성장 동력으로 발전시켜 갈 것이다. 군위 첨단산업단지는 군위 스카이시티, New K-2와 연결된 거대 경제축에서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군위 첨단산업단지의 원활한 개발과 성공적 정착을 위해 기반 시설 구축에 대한 국비 지원을 이끌어내고, 외국 기업에 대한 세제 혜택 등으로 기업과 투자유치가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때문에 계획 단계부터 중앙정부와 긴밀히 협력해서 군위 첨단산업단지가 대구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한다.


청년정책과 업무를 볼 때 지역 청년들에게 대구 정착에 필요한 적정 임금을 물어보고 그 소박한 답에 다소 놀랐다. 그리고 이런 바램에 화답하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현실에 마음이 아팠다.


얼마 전 앞으로 대한민국 혁신과 성장을 더디게 하는 원인 중 하나로 과거처럼 실패를 두려하지 않는 과감한 도전 정신의 퇴색이 포함된다는 외신 인용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사람과 돈이 몰리는 곳에서 수월하게 수행하는 사업 방식은 점점 아이디어의 고갈과 함께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갉아먹게 될 것이다.


아무 것도 안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사람도, 재원도 없는데 그 사업이 되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대구시 공무원 대부분은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대구 외곽에 있는데다 인구도 얼마 안되는 군위군에 첨단산업단지를 만들어 되겠습니까?"라고 물을 땐 "그럼 안하면 어떡하겠습니까?"로 되받아쳐야 한다. 또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지향하는 대구시 공무원들의 지독한 노력으로 보란 듯이 성공해야 할 것이다.


군위는 특산물로 오이가 유명한데, 친환경 재배로 품질이 우수해 대구경북 생산량의 30%를 차지한다. 오해를 살 수 있는 언행을 경계하기 위해 '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지 마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다른 이들의 오해든, 참견이든 개의치 않고 외밭에서 신발을 질끈 고쳐 매고 뛰어야 할 때에 와있다. 지금은 수레가 먼저니 길이 먼저니를 다툴 한가한 시간이 아니다.


노태수<대구시 공항도시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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