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중 대구시 로봇산업팀장
박상중 대구시 로봇산업팀장
세계 로봇산업 지형이 바뀌고 있다. 딥러닝, 생성형 AI, 강화학습이 로봇 제어에 결합되면서 로봇은 더 이상 정해진 동작만 반복하는 기계가 아니다. 다양한 센서로 주변을 인식하고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판단하며, 예측과 협업까지 수행하는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 제조, 물류, 서비스, 의료 등에선 이미 AI 로봇을 중심으로 한 운영 설계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로봇이 정확한 속도와 위치를 제어하는 정밀 기계였다면, 이젠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을 판단해 스스로 행동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전환되고 있다. 시뮬레이터에서 수만 번 학습한 결과가 실제 작업에서 구현되고, 현장 데이터가 다시 알고리즘 개선으로 이어지는 데이터 순환형 혁신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뛰어난 AI도 정밀 하드웨어 없이는 현장 경쟁력을 발휘할 수 없다. 고성능 모터, 감속기, 센서, 경량 구조 등은 로봇의 핵심이다. 이 지점에서 대구 로봇산업 기반은 강점이 있다. 지역 기업들은 구동계와 제어기술 등 핵심 분야에서 이미 국내외 공급망에 진입해 있다. 오랜 설계·생산 역량이 축적된 결과다.
대구 로봇산업 전략은 부품 제조 역량 위에 AI 기술을 결합해 완제품 개발과 산업의 혁신 구조로 확장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구시는 '로봇 플래그쉽 사업'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적용한 제조거점 센터를 조성하고, 실제 공정에서 데이터 기반 실증을 통해 제어기술과 시스템 최적화를 병행하고 있다.
수성알파시티에선 '지역거점 AX혁신 기술개발 사업'이 추진 중이다. 산업 프로세스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설계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표준모델 R&D에서 현장 솔루션 개발까지 이어진다. 대구는 AI 로봇이 현장에서 쓰이고 그 데이터가 다시 기술로 환류되는 산업 선순환 체계를 구체화하고 있다.
지역 부품·완제품·수요 기업이 참여한 '휴머노이드 및 AI 첨단로봇 산업 육성 MOU'를 토대로 기술개발, 실증, 사업화를 연계한 협력 체계도 구축했다. 기구·제어·AI 알고리즘을 통합한 지역 주도형 AI 로봇 생태계로 발전하고 있다.
'국가로봇테스트필드'는 국내 유일한 종합 실증 인프라다. 실제·가상환경 실증존과 데이터·인증 서비스를 통합해 AI 로봇의 신뢰성을 검증한다. 스마트도시 특화단지에선 AI 반도체 기반 도시 플랫폼과 로봇 서비스 실증이 진행된다. 'AX 허브' '휴머노이드 제조거점센터' 'AI 로봇 글로벌 혁신특구'도 추진된다. 이는 대구의 AI 로봇산업 전략을 입체적으로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제조 현장의 AX 실증과 도시 공간내 로봇 서비스 실증, 기술개발이 하나의 축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결국 AI와 로봇의 융합은 사람을 대체하느냐의 논쟁이 아니라, 어떤 도시가 산업의 '새 질서'를 만들어가느냐의 경쟁이다. 대구는 로봇산업 기반, 실증 인프라, 제도적 지원을 모두 갖춘 선도 도시로서 그 해답을 실천으로 보여주고 있다.
'AI 로봇 수도, 대구'. 이 말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대구에서 설계된 로봇이 지역 산업 현장에서 먼저 활용되고, 그 경험이 데이터와 기술로 다시 이어지며, 지역 기업과 인재가 성장하는 현장 기반 혁신모델이 완성될 때 비로소 비전의 의미를 갖는다. AI와 로봇의 결합이 세계 산업 질서를 다시 쓰는 지금, 대구는 그 변화를 현실로 증명해 가고 있다.
최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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