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 시인
이승하 시인·문학평론가
김상혁 시인
산재한 폭력과 억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양안다의 시적 주체가 취하는 전략이란, 존재에 대한 가장 극단적인 폭력이자 억압인 '죽음'을 오히려 방어기제로 삼는 것이다. 주체는 끊임없이 죽음을 이야기함으로써 죽음을 흔하게 만든다. 다만, 미래로부터 죽음이라는 폭력을 가불(假拂)하여 현재적 폭력의 위상을 격하하려는 이러한 선택은, 주체로 하여금 현재를 포함해 모든 미래를 일종의 트라우마로 경험하며 살아가도록 강제한다.
물론 양안다 말고도 많은 시인이 자기 현실과 기억이 할당한 죽음 같은, 지옥 같은 웅덩이를 가슴에 품고 산다. 누군가는 유년이라는 웅덩이에, 또 다른 이는 지금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웅덩이에, 혹자는 스스로 외면하기 어려운 사회 현실이나 타인이라는 웅덩이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 하지만 양안다 근작의 탁월한 지점은, 웅덩이 안에서 계속 허우적대며 감정을 짜내는 선택지도 아니고, 웅덩이를 아예 빠져나가 다소 편안해진 일상과 서정에 안착하는 선택지도 아닌, 제3의 길을 탐색한다는 것이다.
그는 필사의 허우적대기를 그만두었다. 어서 구해달라는, 살려달라는 감상적인 외침이나 도취도 없다. 대신, 그는 제 앞에 놓인 가망 없는 지옥을 거주지로 삼는다. 지난 여섯 권의 시집을 징검다리 삼아 근작 '이것은 천재의 사랑'에서 시인이 기어이 완성한, 쓸모없는 초연함과 쓸데없는 감상성 사이 이 절묘한 균형감이야말로 양안다만의 개성과 성취일 것이다.
총 일곱 권의 시집을 통해 내처 지속해온 이 고통스러운 시적 여정은 이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찬사와 격려를 받았어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소 뒤늦은 수상처럼 보인다는 말은 수상작이 되기에 그만큼 손색과 이견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편차 없이 아름다운 이번 시집에 경의를 표하며, 시인에게 축하의 말을 전한다.
■본심 심사위원=백무산(시인), 이승하(시인·문학평론가), 김상혁(시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