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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만 재밌어요”…문해력·집중력 무너진 청소년 뇌

2026-01-17 17:56

평범한 일상 견디는 힘 앗아가는 ‘쇼츠’
유튜브도 청소년 보호 기능 강화 나서

쇼츠가 청소년들의 일상을 파고들며 심각한 중독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쇼츠'가 청소년들의 일상을 파고들며 심각한 중독 문제가 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많이 볼 때는 깨어있는 내내 쇼츠만 봤던 것 같아요. 책이나 교과서를 보는 게 너무 힘들었고, 수업시간에 가만히 앉아 집중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일상적인 대화조차 버겁게 느껴지더라고요."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A(15·대구 수성구 범어동)군은 15~60초의 짧은 영상 콘텐츠, 이른바 '쇼츠'에 깊이 빠졌던 경험을 이같이 털어놨다. A군은 '쇼츠 중독'을 스스로 깨달았을 때 "이대로 벗어나지 못할까 봐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며 "학업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끊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현재 A군은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아 스마트폰 사용을 조절하며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A군은 "친구들 역시 중독돼 있을 가능성이 높지만, 대부분은 스스로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라며 청소년들이 중독을 인정하고 도움을 요청하기까지의 어려움을 전했다.


생각할 틈없이 스크롤을 올리기만 하면 된다. 손쉽게 툭툭. 화면을 올리면 새로운 영상이 끝도없이 펼쳐진다. 알고리즘은 영상 체류시간, 스크롤 속도, 되돌려봤는지, 반복 재생했는지, 좋아요나 댓글, 공유, 저장 여부 등을 학습해 관심 콘텐츠를 끊임없이 제공한다. 집중력도 필요하지 않다.


최근 1분 내외의 짧은 영상 콘텐츠 '쇼츠'가 청소년들의 일상을 파고들며 심각한 중독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강렬하고 자극적인 영상에 길들여진 뇌가 일상 현실의 느린 자극에는 무감각해지는 상태를 뜻하는 '팝콘브레인' 현상이 확산되면서, 교육 현장에서는 문해력 저하와 집중력 결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유튜브 청소년 보호 기능 강화


청소년들의 쇼츠 중독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유튜브는 최근 아동·청소년 보호 기능을 강화하는 등 빗장을 걸었다.


부모가 자녀의 쇼츠 시청 시간을 15분 단위로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한 것. 특히 타이머를 '제로'로 설정하면 쇼츠 피드 스크롤 자체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다. 또 모방 위험이 큰 영상은 노출을 제한하고, 사고 확장에 도움이 되는 고품질 콘텐츠 노출을 늘리는 크리에이터 가이드라인을 UCLA와 공동 개발, 적용해 나갈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과도한 쇼츠 시청이 청소년의 뇌 구조와 학습 능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한다. 또 스마트폰을 내려놓고 사람과 눈을 맞추며 대화하거나 운동·명상 등 대체 활동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구스마트쉼센터 박신혜 책임상담사는 "15초에서 1분 이내의 자극적인 영상이 반복적으로 제공되면서 도파민 분비가 잦아지고 그 결과 점점 더 강한 자극에만 반응하는 내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뇌는 간결하고 강한 자극에만 익숙해져 책 한 권을 읽거나, 10분 이상 강의를 듣는 것, 일상 대화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어릴수록 전두엽에 악영향을 끼쳐 집중력 저하 위험이 높다. 이는 곧 학습능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면서 "운동이나 취미활동을 찾고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스스로 조절력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들 스마트폰 중독 쉬워


청소년들의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는 이미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아왔다.


청소년 지원 종합포털 '청소년1388'의 데이터 분석 결과 지난해 11월 기준 중독 문제로 상담을 받은 청소년은 1만3천68명에 달한다. 이는 학업 중단, 대인관계, 정신건강에 이어 네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특이한 점은 중독 상담 중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이 95.6%(1만2천503명)로 압도적이라는 사실이다. 도박(2.4%)이나 약물(1.4%)에 비해 훨씬 심각한 수치다.


청소년들은 다른 연령층에 비해 스마트폰에 보다 쉽게 중독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OSIS 국가통계포털에서 발표한 2024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이용 시간을 본인 의지대로 조절하는 데 어려움 정도를 묻는 질문에 청소년들은 게임, 영화·TV·동영상, SNS 등 모든 부분에서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이 유아동(만 3~9세), 성인(만 20~59세), 60대(만 60~69세) 등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학교 현장에서도 대책 강화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오는 3월1일부터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공식 금지한다. 현재 대구지역 초등학교의 99%, 중학교의 98%가 수업시간 중 휴대폰을 수거하거나 전원을 끄도록 지도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다음달 말쯤 연수를 통해 휴대전화 무단 사용 시의 구체적인 지도 및 단속 계획을 일선 학교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 자가진단 통해 벗어나야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척도. 청소년(만 10~19세) 자기보고용 검사로 실시결과 고위험/잠재적위험/일반 사용자군으로 분류된다.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 캡처.

스마트폰 과의존 청소년 척도. 청소년(만 10~19세) 자기보고용 검사로 실시결과 고위험/잠재적위험/일반 사용자군으로 분류된다. 스마트쉼센터 홈페이지 캡처.

쇼츠 시청 등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인지 여부는 '성평등가족 어린이' 홈페이지에서 자가진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스마트기기가 없거나 쇼츠를 보지 않으면 불안·초조해하고, 스마트폰 사용으로 계획한 공부, 숙제 등을 하기 어렵고 스마트폰 사용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면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점수에 따라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이 의심된다면 '청소년1388'(휴대전화 이용시 지역번호+1388)을 이용하면 된다. 진단 결과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1~16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치유캠프를 이용할 수도 있다.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는 인터넷 스마트폰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13~19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상담과 치유, 활동, 보호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거주형 시설로, 치유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과의 협약 체결로 대구시교육청 소속 청소년들의 경우 본인 부담 비용 없이 무료로 치유캠프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구지역 학교밖 청소년들은 지원을 받을 수 없다. 2023년부터 대구시 지원이 중단되면서다.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 이순옥 상담교육부장은 "쇼츠 중독 등 스마트폰 과의존 성향을 보이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조차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문해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짧은 말만 사용하고, 단축어와 영상 중심의 소통에 익숙해져 자신이 알고 있는 내용을 다른 사람도 당연히 알고 있을 것이라 여기며 대화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했다.


이어 "치유캠프를 통해 다양한 체험활동과 놀이형 교육을 통해 미디어의 부정적 측면과 올바른 사용법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돕고 있다. 개인·집단 상담과 문화활동을 병행하고, 수료 이후에도 지역 청소년 수련시설을 지속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연계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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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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