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60129027072894

영남일보TV

  • 주호영 의원 “전심전력으로 대구 재도약”,대구시장 출마 선언
  • [영상]영·호남 공동선언…균형발전 위해 한목소리

[하프타임] 전기요금 차등화가 바꾸는 국가 지도

2026-01-30 06:00

수도권 집중의 구조적 문제
균형발전 정책의 역설
전력 비용과 입지 전략
지방 이전의 경제 논리
국가 공간구조 재편 과제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김기태 동부지역본부 차장

전기요금은 더 이상 공공요금이 아니다. 산업 경쟁력과 국가 공간 구조를 동시에 결정하는 전략 변수다. 최근 독일의 정책 변화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탈원전 이후 폭등한 전력 비용이 기업 파산과 산업 붕괴로 이어지자, 독일 정부는 정책 노선을 수정하고 산업용 전기료 인하라는 극약 처방을 택했다.


탈원전과 러시아 가스 공급 중단 이후 독일 전력 가격은 2020년 대비 세 배 이상 상승했다. 이에 따라 독일 정부는 산업용 전기료를 낮추고, 2029년까지 420억 유로(약 68조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했다. 반면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4년 만에 70% 이상 상승한 킬로와트시당 180원으로, 보조금을 받는 독일(70~80원)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졌다. 전력 비용이 기업 경쟁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전력 가격 상승은 독일 제조업의 기반을 무너뜨렸다. 2024년 독일 파산 기업 수는 2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고, "23분마다 기업 한 곳이 문을 닫는다"는 경고까지 나왔다. 전기료 급등은 단순한 비용 증가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키는 구조적 충격이었다.


이 지점에서 한국의 현실은 더욱 역설적이다. 한국 역시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이라는 부담을 안고 있지만, 정책 논의는 정체돼 있다. 전력 다소비 업종에 대한 한시적 요금 경감이나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 필요성이 거론되지만, 정부 차원의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전기요금은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다. 기업의 입지 선택, 산업의 공간 배치, 나아가 인구 이동까지 좌우하는 구조 변수다. 전력 가격은 경제의 표면에 드러난 숫자가 아니라, 국가 구조를 움직이는 힘이다.


물론 전기요금 차등화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기업이 지방으로 이동한다고 해서 인재와 삶의 질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는다. 교육, 의료, 문화, 주거 환경이 함께 개선되지 않으면 지방 이전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수도권 전기요금 인상은 사실상 수도권 주민과 기업에 대한 추가 부담으로 인식될 수 있어 정치적 저항도 거셀 것이다. 바로 그 점이 이 정책의 본질을 보여준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정책은 언제나 정치적으로 어려웠고, 그 결과 문제는 방치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차등화는 국가 공간 전략의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전력을 생산하는 지역의 비용을 낮추고 소비 중심 지역의 비용을 높이면, 기업의 입지 계산식은 달라진다. 특히 철강, 화학, 반도체, 데이터센터처럼 전력 의존도가 높은 산업은 지방으로 이동할 유인이 커진다. 독일이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전기료를 낮추는 선택을 한 것처럼, 한국 역시 전력 비용을 공간 전략의 핵심 변수로 인식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 문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다. 교육, 금융, 행정, 문화, 자본이 수십 년 동안 수도권에 쌓인 결과다. 그렇기에 이를 바꾸는 정책은 언제나 부담스럽고, 그래서 미뤄졌다. 전기요금 차등화는 그 미뤄진 선택을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질문이다. 산업·지역·에너지 정책이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신호이기도 하다.


전기요금은 더 이상 기술적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 정책이며, 공간 정책이며, 국가 전략이다. 한국이 수도권 일극 구조를 유지한 채 산업 경쟁력을 지킬 것인지, 아니면 에너지 비용을 활용해 새로운 산업 지도를 그릴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다. 전기요금은 이미 가격이 아니라 방향이다. 국가의 지도는 전력망 위에서 다시 그려질 수 있다.



기자 이미지

김기태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경제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