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수 영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이 과수시험장에서 재배 중인 사과나무를 점검하고 있다. 권기웅 기자
기후 온난화 영향으로 사과 재배 적합지가 점차 북쪽으로 옮겨가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경북 영주 사과 농가들도 긴장하고 있다. 환경 변화에 따른 고충이 늘고 있는 데다 지속가능성마저 위협받고 있어서다.
영주는 2024년 기준 사과 재배 면적 3천115㏊(전국 3위), 생산량 6만1천500t에 달하는 국내 대표 사과 주산지다. 재배 농가수도 3천654가구에 이른다. 하지만 영주 사과농가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기후 환경 변화에 따른 애로사항이 늘면서다.
정희수 영주시 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여름철 고온과 열대야가 늘면서 착색 지연, 일소(햇빛 데임) 피해, 꽃눈 분화 감소, 고온성 병해충 증가가 과수 현장에서 나타난다"면서 "영주는 소백산 영향으로 일교차가 크고 여름 기온이 비교적 안정적인 편이어서 남부권보다 기후위기 영향이 덜하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상 기상은 더 잦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품질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풍기읍·봉현면에서 과원 1만3000㎡(약 4천평)를 운영하는 김진학 영주사과발전연구회장은 "착색 지연, 열과(과실 균열), 일소 피해가 늘면서 균일한 상품 생산이 어렵다"며 "상품·비상품 선별 비율이 들쭉날쭉해 수량과 품질 예측이 갈수록 힘들다"고 했다. 그는 이어 "단순 재배기술 개선을 넘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종합 적응 전략과 안정적인 생산기반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작목 대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사과는 영주 농업에서 소득 비중과 재배 기반이 커 단기간에 다른 작목이 빈자리를 채우기 어렵다. 신규 작목은 재배기술, 유통망, 소비 수요가 동시에 갖춰져야 해 성급한 전환이 오히려 농가 부담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현장의 공통된 우려다.
영주시는 '적응'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가뭄·강한 일사·우박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노지 사과원 스마트 관수와 차단망(방지망) 설치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저온·폭염 피해를 줄이는 현장 기술 보급을 늘릴 계획이다. 중장기적으론 고온기에도 착색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는 기후 적응 품종으로의 전환과 재배체계 개선(평면과원 확대 등)을 병행해 경쟁력을 유지할 방침이다.
정희수 농기센터 소장은 "복숭아·포도·체리·플럼코트 등 신소득 과수를 대상으로 장기 실증재배와 기술체계 정립을 거쳐, 지역 적응성과 경제성이 확인되는 품목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권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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