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보호단체 “명백한 동물학대, 단계적 폐지”주장
청도공영공사 “전통문화로 법적 허용범위 내 운영”
지난 1월 25일 개장한 청도군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싸움소들이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영남일보 DB>
소싸움을 둘러싼 동물학대 논란이 사회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들은 소싸움을 명백한 동물학대이자 불법행위로 규정하며 단계적 폐지를 주장한다. 반면 농가와 현장에선 '전통문화'란 점과 강제성 없는 경기 방식, 법적 허용 범위 내 운영 등을 근거로 반박하고 있다.
3일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에 따르면 국내 싸움소 농가는 약 500여명, 싸움소는 700~800마리 수준이다. 이 중 청도공영사업공사에 등록된 싸움소는 355마리, 나머지는 민속대회 등에 출전하고 있다.
녹색당 대구시당을 비롯한 대구·경북지역 일부 인권·생태·시민단체는 소싸움 폐지를 공개적으로 요구중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진보당 손솔 의원이 '전통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 폐지안을 대표 발의했다. 농림축산식품부도 동물보호단체가 제기한 약물 투여 논란과 관련해 청도 소싸움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국가유산청 한 전문위원은 "소싸움이 객관적 데이터에 기반한 '현대적 동물복지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중심으로 논의하는 것도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의 폐지 요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해오던 청도공영사업공사는 최근 입장을 선회해 적극적인 해명과 제도 개선 의지를 밝히고 있다. 폐지 논의가 사회적·법적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위기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공사는 지난해 12월 법학·수의학·생명공학 분야 교수와 수의사, 소힘겨루기협회 관계자 등으로 구성된 동물복지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동물복지 체크리스트 도입 등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경기 시간 단축, 강제 종료 기준 강화, 출전 횟수 제한, 독립 수의감독관 제도 도입, 부상 통계 공개 등도 논의되고 있다.
대구녹색당 당직자가 세종 정부청사 앞에서 청도 소싸움경기 개장 반대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대구녹색당 제공>
논쟁의 핵심은 동물보호법 제8조다. 이 조항은 '도박·오락·유흥 등의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한다. 단 '민속경기 등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경우'는 예외로 두고 있다. 소싸움은 이 단서조항에 근거해 합법 영역에 남아 있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예외 규정이 시대 변화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살상 여부와 무관하게 오락을 목적으로 동물을 대치시키는 행위 자체가 학대라는 논리다. 스트레스와 반복 출전 구조 역시 입법 취지와 배치된다고 지적한다.
동물보호단체는 예외조항 삭제와 특별법 개정 또는 폐지, 단계적 종료 로드맵의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는 "소 싸움에 투입되는 공적 예산을 전업 지원과 생계 전환에 활용한다면 동물권 보호와 지역사회 보호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공사 측은 법이 허용한 전통 문화로 수의사 상시 입회와 출전 전 건강검진, 경기 중 안전관리 규정 등을 근거로 불법 학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반박한다.
청도 소싸움은 스페인 투우처럼 인간이 무기로 소를 공격하는 방식이 아니며, 경기에서 직접적인 살상 행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동물복지는 '살상 여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스트레스 △상해 위험 △강제성 △훈련·사육 과정이 복지 수준에 포함된다.
경기 전후 소의 코르티솔 수치 변화나 근육 파열 등 '보이지 않는 내상'이 동물복지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보다 객관적인 의학적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도공영사업공사 관계자는 "'스트레스가 없다'고 주장하기 보단 불필요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는데 관리의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경기 전·후 충분한 휴식 보장, 과도한 출전 제한, 수의사의 건강상태 상시 점검, 경기장 대기환경 개선 등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물보호단체들의 소싸움 경기 사행성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의 생계를 위협할 정도의 고위험 사행산업과는 다르다"고 반박한다.
청도 소싸움은 '우권(베팅)' 매출에 기반한 구조다. 청도공영사업공사의 2024년 결산 기준 매출은 304억원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배당금과 세금을 제외한 매출원가 비중이 90%를 넘는다. 매년 수십억원의 군비 보조금이 투입돼야 장부상 적자를 면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 2011년 9월 개장 이후 누적 영업손실은 528억원에 달한다.
동물보호단체의 주장에 현장과 농가의 반응은 냉담하다. 유재욱씨(청도)는 "싸움소 한 마리를 키우는데 최소 4년, 2천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며 "투자 관점에서는 비효율적이지만 우주들은 전통문화에 대한 사명감으로 싸움소를 키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 차원의 폐업보상안은 논의할 단계도 아니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김민재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사무국장 역시 "협회도 동물복지라는 시대 흐름에 맞춰 개선 노력을 하고 있지만, 소싸움 폐지 주장은 현실을 외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성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