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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휩쓰는 ‘창고형 약국’ 공습…약업계 내부에선 ‘보건 안전망’ 찬반 격돌

2026-03-24 21:33

6개월 새 4곳 생겨…‘규모 경제’ 앞세운 가격 파괴에 원정 구매객 북적
‘문어발 확장’ 논란에 뿔난 약사…“복약지도 실종·보건 안전망 붕괴 우려”

21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들이 카트를 끌고 감기약과 영양제 등 의약품을 직접 고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품목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대구에서도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약사사회는 복약지도 약화와 약물 오남용, 동네약국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들이 카트를 끌고 감기약과 영양제 등 의약품을 직접 고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품목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대구에서도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약사사회는 복약지도 약화와 약물 오남용, 동네약국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3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 한 창고형 약국. 매장 문이 열리기 무섭게 대기하던 시민들이 입구에 비치된 쇼핑 카트를 하나둘씩 거머쥐고 안으로 들어섰다. 1천㎡를 넘어서는 규모의 광활한 매장 내부에는 천장 높이까지 맞닿은 거대한 철제 선반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3천여 종에 달하는 방대한 의약품들은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동물 의약품, 의료기기 등 분야별로 정돈돼 방문객을 맞았다. 대형 마트의 진열대 사이를 지나듯 카트를 밀며 이동하는 시민들 사이로 흰 가운을 입은 약사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대구 지역을 기점으로 한 '창고형 약국'의 공세가 거세다. 특히 기존 골목 상권을 지탱하던 동네 약국의 입지가 흔들릴 정도로 그 확장세가 가파르다. 규모가 큰 약국을 넘어, 유통 구조의 혁신과 자본력을 앞세운 새로운 형태의 약국 모델이 지역 약업계의 생태계를 근간부터 뒤흔들고 있다.


21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들이 카트를 끌고 감기약과 영양제 등 의약품을 직접 고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품목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대구에서도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약사사회는 복약지도 약화와 약물 오남용, 동네약국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에서 시민들이 카트를 끌고 감기약과 영양제 등 의약품을 직접 고르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품목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대구에서도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이 몰리고 있는 반면, 약사사회는 복약지도 약화와 약물 오남용, 동네약국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영남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기준 대구지역에서 운영 중인 창고형 약국은 서구와 북구, 수성구 등 총 4곳에 달한다. 불과 6개월 사이 주요 거점 구별로 1곳씩 포진하며 지역 조제·매약 시장의 지형도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이들 약국은 수천 명의 방문객이 남긴 온라인 리뷰와 입소문을 타고 '약값 싼 곳'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며 집객력을 높이는 중이다.


이들의 핵심 경쟁력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파격적인 가격 파괴다. 제약사 및 도매업체와의 대규모 직거래를 통해 복잡한 유통 단계를 축소했고, 이를 통해 일반 의약품 가격을 시중가 대비 10~20%가량 낮췄다. 여기에 수천 종의 라인업과 광활한 주차 공간 등 편의 시설까지 갖추면서 인근 주민은 물론 타 구군에서 찾아오는 원거리 원정 구매객까지 흡수하는 모양새다.


특히 수성구의 상황은 더욱 치열하다. 기존 창고형 약국과 불과 250m 거리인 스크린골프장 부지에 1천㎡ 규모의 또 다른 대형 약국이 개설 허가를 받고 입점을 준비 중이다. 이는 창고형 모델 간의 전면전을 예고하는 동시에 자본력이 뒷받침된 기업형 약국 모델이 지역 상권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1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 앞 주차장에 차량이 몰리며 일대가 붐비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대형 매장형 진열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약사사회는 복약지도 약화와 동네약국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21일 대구 한 창고형 약국 앞 주차장에 차량이 몰리며 일대가 붐비고 있다. 저렴한 가격과 대형 매장형 진열을 앞세운 창고형 약국이 소비자들을 끌어모으는 가운데, 약사사회는 복약지도 약화와 동네약국 위축 등을 우려하고 있다.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약사사회 내부에서는 이른바 '네트워크형 문어발 확장' 의혹도 짙어지고 있다. 동일한 상호를 사용하는 지점이 경기 평택, 충북 청주 등 전국으로 동시다발적으로 확산하면서, 특정 거대 자본 유입이나 근무 약사를 활용한 '품앗이 개설'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약사법상 1인 1약국 원칙을 교묘히 피해 가는 변칙적 운영이 아니냐는 목소리다.


현장 약사들은 이러한 흐름이 결국 지역 보건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 경고한다. 33㎡ 남짓한 동네 약국이 수행하던 정밀 복약 지도와 환자별 약력 관리가 창고형 매장 구조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환자가 약사의 충분한 상담 없이 자가 진단만으로 약을 쇼핑하듯 대량 구매할 경우, 약물 오남용과 부작용 발생 위험은 비약적으로 높아질 수밖에 없다.


동네 약국의 고사는 지역 사회 복지 안전망의 균열을 의미한다. 치매 환자 발굴이나 자살 위험군 관리 등 지자체와 연계해 공적 기능을 수행하던 근거리 약국들이 가격 경쟁에 밀려 하나둘 문을 닫게 되면, 결국 정보 취약계층인 고령층의 의약품 접근성이 저하되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대한약사회 등 관련 단체는 약국 개설 기준 강화와 실효성 있는 규제책 마련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고물가 시대 속에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약값을 찾는 실속형 소비자의 요구가 맞물리면서,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공공 보건과 시장 논리 사이의 갈등은 당분간 팽팽한 평행선을 달릴 전망이다.



■금병미 대구시약사회장 "창고형 약국, '약'을 '쇼핑'하는 위험한 유행…지역 보건 안전망 흔든다"


금병미 대구시약사회장

금병미 대구시약사회장

금병미 대구시약사회장은 창고형 약국 열풍의 이면을 짚으며, 보건 사각지대 발생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창고형 약국이 가져온 가장 큰 폐단으로 '의약품에 대한 인식의 왜곡'을 꼽았다. 과거 약은 부작용 위험 등으로 인해 약사의 상담을 거쳐 신중하게 구매하는 영역이었으나, 이제는 대형 마트에서 카트를 밀며 골라 담는 '공산품'처럼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그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구매 시간 단축은 매력적일 수 있으나, 쉬운 접근성은 필연적으로 부작용 경시 풍조를 낳는다"고 경고한 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청소년들의 약물 오남용(OD) 현상은 이러한 인식 변화가 가져온 위험한 신호탄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통 구조상의 불공정성 문제도 심각하다. 창고형 약국은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한 대량 주문을 통해 일반 약국보다 훨씬 낮은 단가로 약을 사들인다. 금 회장은 "규모 차이로 인한 사입가 격차는 소형 약국이 도저히 극복할 수 없는 난제"라며 "팔지도 않은 약을 미리 결제해야 물량을 공급받는 현 시스템 아래서 자본력이 부족한 동네 약국은 대량 구매를 통한 단가 하락을 꾀할 수조차 없다"고 토로했다. 이로 인해 창고형 약국 인근 약국에서는 마진이 남지 않는 품목들이 사라지는 '품목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지역 보건 안전망의 균열이다. 일반 약국은 같은 약을 반복해서 찾는 환자에게 병원 진료를 권유하는 등 '1차 스크리닝' 역할을 수행하지만, 셀프 쇼핑 체제인 창고형 약국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실종됐다. 금 회장은 "환자들이 자가 진단만으로 약을 계속 사 먹다 보니 조기에 치료할 수 있는 병을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러한 흐름이 계속되면 약국 본연의 공적 기능인 정밀 복약 지도와 환자별 약력 관리는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동네 약국이 가격 경쟁에 밀려 폐업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고령층 등 정보 취약계층에게 돌아간다. 온라인 쇼핑이나 원거리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은 당장 기초 의약외품조차 구하기 힘든 '의약품 사막화' 현상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금 회장은 창고형 약국의 확산 배후에 거대 자본의 유입이 있다고 의심한다. 그는 "광주, 부산 등지에서 나타나는 사례처럼 거대 자본이 약국 시장을 장악하면 결국 국민 건강을 지키는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금 부회장은 대안으로 '약국개설심의위원회' 설치를 제안했다. 무분별한 대형 약국 개설이 지역 보건 인프라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심의할 수 있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는 "약값이 저렴하다고 해서 필요치도 않은 약을 쟁여두었다가 버리는 것은 국가적 낭비며, 약국은 단순한 소매점이 아니라 지역 사회의 복지 안전망"이라며 "가격 논리에 함몰돼 보건 정의를 잃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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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사실 위에 진심을 더합니다. 깊이 있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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