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식비로 수십억 ‘낙수효과’… 로케이션 인센티브, 민관 상생 모델로 우뚝
전주 ‘아시아 제2 스튜디오’ 건립 추진, 2천억대 예산 투입하며 승부수
경북은 ‘로케이션 아카이브’ 오픈, 대구는 ‘지역 영화인 내실’에 무게
지난해 문을 연 문경 버추얼 스튜디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감형 콘텐츠 제작 인프라로, 첨단 AI 디지털 제작이 가능하다. <문경시 제공>
한국이 만들어 세계적으로 히트한 '오징어게임'의 극중 배경은 인천에 있는 한 무인도다. 하지만 실제 촬영은 대전의 한 스튜디오에 조성한 세트장에서 이뤄졌다. 또 지난해 아이유·박보검이 출연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실제로는 안동의 도청 신도시 유휴지 내에 지은 세트장에서 촬영됐다. 최근 한국 콘텐츠의 글로벌 위상이 높아지면서 지자체들이 로케이션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로케이션 촬영지 등을 돌아보는 팸투어를 진행했다. <경남문예진흥원 제공>
◆로케이션 경쟁 뛰어든 지자체들
로케이션 경쟁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도시는 '부산국제영화제'를 개최하며, 일찌감치 영상도시로 자리매김한 부산이다. 부산은 일정 회차 이상 부산에서 촬영할 경우 최대 1억원까지 제작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원을 받은 작품 중에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천만 영화도 있다. 영화 제목에서부터 부산을 떠올리게 하는 '부산행'을 비롯해 남포동과 같은 부산의 상징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만든 '국제시장', 그리고 '서울의 봄' '파묘' 등이 있다.
전주시는 뉴질랜드 쿠뮤스튜디오와 해양 수중 특화 촬영단지인 가칭 '전주 아시아 제2 스튜디오'를 만드는 협약을 체결했다. <전주시 제공>
전주시는 최근 '글로벌 영화·영상 산업 수도' 구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범기 전주시장과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을 촬영한 뉴질랜드 쿠뮤 필름 스튜디오의 피터 유 대표는 지난해 12월 전주시청에서 만나 전주에 국제적 규모의 스튜디오를 짓는 협약을 체결했다. 관련사업에 투입되는 예산은 부지 매입에 1천500억원, 기반시설 조성에 782억원이다. 전주시는 가칭 '전주 아시아 제2 스튜디오'가 완공되면 한국 유일의 해양 수중 특화 촬영단지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권의 대규모 프로젝트도 유치 가능할 것으로 내심 기대하고 있다.
2025년 부산 로케이션 인센티브 지원작 영화 '넘버원' 스틸컷. <부산영상위원회 제공>
◆"촬영 오세요" 현금 주는 지자체들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지자체가 영화·드라마의 제작비 또는 촬영을 지원하는 대신 제작팀이 해당 지역 내에서 촬영하며 숙박과 소비, 식대, 인력활용 등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일종의 민관 상생 비즈니스 모델이다. 지자체들이 예전에는 장소대여나 현물지원, 교통편의 등 간접적 지원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사용금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환급하는 등 직접적 지원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자체들은 로케이션팀에게 현금지원을 하더라도 크게 손해볼 장사는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영화의 규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작팀이 촬영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 머무르며 사용하는 돈이 지원금액보다 몇 배나 크다고 판단하는 것. 또 영화나 드라마가 흥행에 성공하면 지자체에 대한 이미지 쇄신, 관광수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가적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부산에서 촬영한 한 제작팀은 일부 환급을 받았지만 이들이 보름간 부산에서 쓴 돈은 약 40억원에 달했다는 소문이 암암리에 돌고 있다. 인센티브를 주더라도 지역 숙박업소, 식당, 운송업체가 직접적인 수익을 얻기 때문에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서 지자체의 인센티브, 현금지원도 갈수록 커지는 추세다. 부산은 지역 내에서 5~20회차 이상 촬영, 순제작비 10억 이상이면 숙박비, 식비·유류비 명목으로 최대 1억원을 지원한다. 인천은 촬영 회차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30~50%를 환급하고 있다. 강원도는 도내에서 소비한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5천만원까지 차등 지원한다. 전북 전주, 충북 제천 등도 지역내 촬영이 이뤄지면 인센티브성 지원을 하고 있다.
문경 가은 오픈세트장은 사극 등에 특화된 공간이다. <문경시 제공>
◆"대구·경북도 촬영팀 모십니다"
대구경북도 이같은 추세에 맞춰 촬영팀 유치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두 지역은 운영기관과 방식 등에서 약간의 온도차가 느껴진다.
경북도는 도내 촬영지 정보를 제공하고, 제작자를 지원하기 위한 아카이브 플랫폼 '경북 로케이션'을 최근 온라인에 오픈했다. 이 사이트는 경북 23개 시군 촬영지 정보는 물론 상세위치, 촬영작품 사례 등을 소개했다. 촬영지 자료를 E-Book 형태로 만들어 제공하기도 한다. 문경 버추얼 스튜디오를 비롯해 안동, 포항, 경주 등 시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로케이션 장소들이 소개돼 있다.
반면 로케이션 업무 지원기관이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 대구는 영상미디어센터가 일부 업무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정적이다. 대구는 역외의 촬영팀을 유치하는 것보다 지역내 영화인들을 지원하는데 무게중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섭외가 필요할 경우 해당 장소의 소유자 또는 관리자와 직접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에서도 관련 업무의 전문성을 키우고,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영상위원회' 설치를 제안하기도 한다. 현재 국내 주요 지자체들은 해당 업무를 주관하는 '영상위원회'를 만들고, 업무를 위임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지자체 문화예술과, 영상미디어센터, 경북콘텐츠진흥원 등에서 겸업하면서 업무가 분산된다는 지적이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경북도는 지난해 영화 유튜버, 인플루언서 등을 초청해 팸투어를 실시하는 등 촬영팀 유치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간의 노력들이 쌓이면서 한번 방문한 제작진이 차기작에서 다시 찾아오는 등 성과가 조금씩 느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상위원회와 관련해서는 "전국의 일부 영상위원회들이 파행으로 문제가 된 사례가 있는 만큼 오히려 경북처럼 지자체 등이 직접 챙기는 방식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지 않겠냐"고 밝혔다.
김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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