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광식 대구 북구청장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에 김부겸이라는 '벙커버스터'(지하 관통탄)가 투하되자 6월 대구시장 선거판이 술렁이고 있다. 그 후폭풍은 가히 폭발적이어서 보수는 심장을 빼앗길 위기를 맞아 심폐소생술이 당장 필요할 때라는 것을 부정할 사람이 없을지경이다. 이대로 6·3지방선거를 치르게 되면 보수의 심장은 박동을 멈추고, 생명까지 내일을 장담하기 어렵다.
심장이 멈추기 전 유일한 대안은 심폐소생술이다. 지금 국민의힘에게 필요한 심폐소생술은 민주주의의 대의기관으로서 자성적 노력을 보여주고, 여론 수렴과 합의라는 정당의 순기능을 극적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공천관리위원장이 두 번이나 사퇴하는 초유의 사건을 자초함으로써 이미 국민의힘 공천 과정은 누더기가 되어 그 누가 후보가 되더라도 공정성과 경쟁력을 주장할 명분을 잃은 상태다. 이제는 내부 경쟁을 버리고 희생과 합의라는 드라마틱한 처방만이 유일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절차와 형식의 틀 속에서 얻어낸 공천이라는 방패로 심장을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끝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로 위로하며 최선을 다했다는 핑계만 댈지 냉정하게 질문할 때이다.
국민의힘에 일말의 정치적 자정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다시 일어설 힘이 남아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선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다. 합의와 상호 존중 그리고 희생이라는 보수의 가치를 실천하고 증명할 유일한 대안은 당 지도부와 공천 후보 그리고 지역 국회의원들이 모두 모여 대구시장 후보를 합의 추대하는 것이다.
교황 선출을 위해 모인 종교 지도자들의 신성한 합의(콘클라베)처럼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야 유권자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지난 과오를 씻을 수 있다. 그래야 합의의 성공을 상징하는 하얀 연기를 보며 보수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희망의 빨간 불씨도 되살아날 것이다.
지난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전 대통령의 용기 있는 사퇴와 해리스 후보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과감한 리더십과 절차와 사소함에 휘둘리지 않는, 유연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결단처럼 보수의 심장이라는 언어적 현혹을 넘어 이곳 대구에서 진짜 보수다운 혁신적인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기대할 가치도 없는 순진함이라 외면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보수 정치에 대한 눈높이의 현주소이며, 그 어떤 기대도 허락하기 어려운 무력함에 대한 반증이 아닐 수 없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여론조사라는 방패에 숨으려 하지 말고, 위기 극복이라는 의지와 실천을 책임지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달라. 더 이상 국민적 조롱과 실망의 대상에서 벗어나 판을 뒤엎는 전환적 발상으로 보수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해 달라. 당당하게 견제와 균형의 수단으로서 재기할 수 있는 보수 야당을 제발 지켜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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