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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뉴스] 남는 자재로 시작한 선행… 10년을 이어온 이삼엽 건축기사의 약속

2026-04-21 21:32
한아름 봉사단 초대 단장을 지낸 이삼엽 건축기사. <이삼엽 건축기사 제공>

한아름 봉사단 초대 단장을 지낸 이삼엽 건축기사. <이삼엽 건축기사 제공>

"이걸 어디에 쓰면 좋을까?"


이삼엽(58) 건축기사가 10여 년 전, 한 주택의 리모델링 작업을 마치고 문득 떠올린 생각이다. 공사를 마치고 나면 늘 남게 되는 새 자재들. 버리기에는 아깝고, 그렇다고 쓸 곳도 마땅치 않았다. 그 고민은 곧 이삼엽씨의 삶을 바꾼 선택으로 이어졌다.


이튿날 그가 향한 곳은 바로 대구 남구 대명3동의 한 독거노인의 집이었다. 오래된 전기 설비와 낡은 구조로 안전이 위협받는 상태였다. 이씨는 남은 자재를 가져와 직접 수리에 나섰다. 전기를 고치고, 낡은 부분을 손보며,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있는 공간으로 다시 만들어냈다.


집 주인의 감사한 마음이 컸던 탓인지, 집 수리 미담은 동네 이웃 주민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갔다. "한 번 와줄 수 있느냐"라는 간절한 요청과 부탁이 이어졌고, 혼자가 아닌 함께할 사람들이 필요해졌다. 그렇게 2015년, 이삼엽 기사를 초대 단장으로 한 '한아름봉사단'이 만들어졌다.


지금의 한아름봉사단(단장 이동민)은 철거와 전기, 목공, 도장, 방수 등 건축 전반의 기술을 갖춘 전문가 70여 명이 함께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다수의 건축기사를 포함해, 각종 자격증을 가진 이들이 자신의 기술을 기꺼이 나누고 있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이들이 고쳐온 집은 200가구가 넘는다.


주택 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아름봉사단 회원들이 대구의 한 고택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삼엽 건축기사 제공>

주택 환경 개선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아름봉사단 회원들이 대구의 한 고택 앞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이삼엽 건축기사 제공>

이들의 봉사는 주거 환경 개선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집 상태를 현장에서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 후, 일정을 공지하고 집 상태에 따라 함께할 봉사자를 모은다. 공사 기간은 대략 2~3일이 걸리는 데, 하루 3명에서 많게는 10명의 전문가가 투입된다. 이들은 모두 인건비 없이 '재능 기부'로 참여 중이다.


자재비 또한 회원들의 연회비와 사비로 대부분 충당된다. 봉사 사례에 따라 부족할 때도 있지만, 십시일반 돈을 모아 해결하고 연말에 가끔 남는 회비의 경우에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 중이다. 봉사단의 회비와 눈에 보이지 않는 인건비까지 합쳐 매년 약 1억 원 규모의 봉사가 10년이 넘게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손길은 장애인 가정과 독거노인, 다자녀 가정은 물론, 러시아 한인 1세대 고령자들이 머무는 양로원 시설까지 새롭게 탈바꿈시켰다. 심지어 일반 사람들이 꺼리는 장기 수형자들의 임시 거주 주택 관리와 수리까지 맡으며, 사회의 가장 낮은 곳을 묵묵히 지켜오고 있다.


이삼엽 기사는 그의 봉사하는 삶에 대해 특별한 말 대신 "꾸준히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덕분에 꼭 필요한 분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어 오히려 내가 행복하다"고 말했다.


남는 자재를 아까워하던 한 사람의 마음이 이제 수많은 사람의 삶을 바꾸고 있다. 낡고 어두웠던 집이 따뜻한 공간으로 바뀌고, 그 안에서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삼엽 기사와 한아름 봉사단의 이야기는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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