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이 닿지 않는 곳까지’, 인간 중심 교육 강조
AI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교육 전환
개별화 교육 보편화·기술 접목이 핵심 과제
9일 오전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영광학원 출범 80주년을 앞두고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학교 로고 앞에 섰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학교법인 영광학원이 올해 출범 80주년을 맞았다. 최근 영남일보 취재진과 만난 이근용 영광학원 이사(대구사이버대 총장)는 '사람을 향한 교육'이라는 원칙을 다시 꺼내 들었다. 대구사이버대 총장실에서 만난 이 이사는 교육 성과를 수치로 설명하기보다, 교육이 인간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출발점엔 조부인 이영식 목사의 영광학원 건학 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빛이 들지 않는 곳을 밝히는 교육
이 총장은 한 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 내내 조부의 가르침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는 "제 조부는 '모든 이가 귀하다. 빛이 들지 않는 곳이 있다면 밝히라'고 말씀하셨다"며 "이 정신이 영광학원의 출발점이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기준"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격변의 시기 속에서도 장애인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교육을 이어온 배경 역시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이 총장은 "당시엔 장애인 교육 자체가 생소했고, 또 외면을 받던 영역이었다"며 "조부께서는 가장 소외된 곳에 먼저 시선을 두셨다"고 회상했다.
이러한 건학 이념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했다. 그는 "대학이 단순히 취업을 위한 경유지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와 공감을 배우는 공간이 돼야 한다"며 "지식 습득 이전에 사람을 이해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9일 오전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장애인 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80년 성과, 이제는 다음 단계
영광학원 80년 역사를 복기할 때는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담담히 돌아봤다. 그러면서 장애인 교육이 제도적으로 안착하고, 특수교육 체계가 일정 부분 완성된 것은 분명한 진전이라고 평가를 내렸다. 또한 지금을 '전환의 시기'로 규정하며 미래를 설계했다.
그는 "지난 80년은 교육 기회를 넓히고 제도를 정착시키는 시간이었다"며 "이젠 그 내용을 바꿔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단순한 확대가 아닌, 교육의 질과 방식 자체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 통합교육에 대한 문제의식도 드러냈다. 그는 "같은 공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통합이 이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실제 서로 배우고 영향을 주고받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형식적 통합을 넘어, 실질적 통합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개별화 교육이 기준이 되는 시대
이 총장은 향후 특수교육의 핵심 방향으로 '개별화 교육의 보편화'를 제시했다. 특정 학생을 위한 예외적 지원이 아니라, 모든 학생을 전제로 한 교육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그는 "각자의 속도와 특성에 맞춰 배우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교육의 본질이 살아난다"며 "개별화는 더 이상 특수교육만의 개념이 아니라, 전체 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영광학원과 소속 학교는 특수교육과 사회복지 분야에서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교육 모델을 시도해왔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 맞춤형 학습 지원, 특수학교와 연계된 실습 시스템 등이 건학 이념을 제도화한 사례로 꼽았다.
그는 "교육은 선언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구현돼야 한다"며 "무엇보다 학생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중요하다"고 했다.
◆AI가 바꾸는 특수교육 구조
이 총장은 요즘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기술 발전이 특수교육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중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과거엔 교사 한 명이 여러 학생을 동시에 지도해야 했다"며 "지금은 AI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상태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맞춤형 지원을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AI는 학생의 학습 속도와 이해 수준, 반응 패턴 등을 분석해 난이도를 조절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내용을 전달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각 자료, 음성 안내, 촉각 기반 피드백 등 개별적 특성에 맞춘 학습이 가능해진 시대가 된 것이다.
이 총장은 이같은 변화를 '공급자 중심에서 개인 맞춤형으로의 전환'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젠 같은 내용을 같은 방식으로 가르치는 시대가 아니라,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배우는 시대"라고 단언했다.
의사소통 영역에서의 변화에도 주목했다. 음성 합성, 자동 자막, 시선 추적 기술 등은 언어 표현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어서다.
그는 "그간 표현의 한계로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단순한 편의성 문제가 아니라, 교육 참여의 권리와 직결된다"고 했다.
기술의 역할을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확장된 신체'로 표현했다. 그는 "기술은 인간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존엄을 실현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9일 오전 이근용 대구사이버대학교 총장이 영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장애인 교육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윤호기자 yoonhohi@yeongnam.com
◆더 커지는 교사 역할, 졸업 후 '전환 교육'의 중요성
기술에 대한 기대와 함께 경계도 필요하다고 봤다.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는 "데이터 분석과 반복 학습은 기술이 맡을 수 있지만, 학생의 감정과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결국 교사의 몫"이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적 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고 했다.
이른바 '하이테크-하이터치' 환경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기술과 인간의 역할이 균형을 이루는 교육이 미래의 방향이기 때문이다.
다른 핵심 과제로 '전환 교육'을 강조했다. 교육이 졸업 이후의 삶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그는 "특히 장애 학생은 교육 이후 취업과 지역사회 정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과 사회가 단절되지 않도록 연결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대학과 기업,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성과를 단순히 취업률로 평가하기보다, 삶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이어지는지를 기준으로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수교육이라는 말이 사라지는 사회
이 총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방향은 '특수교육'이라는 개념 자체가 필요 없는 사회다.
그는 "모든 학생이 자연스럽게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특수교육이라는 구분도 결국 사라질 것"이라며 "장애가 교육의 조건이 되지 않는 상태가 목표"라고 밝혔다.
영광학원 80주년을 맞아 과거의 성과보다 앞으로의 20년을 더 강조했다. 기술 발전과 사회 변화 속에서 교육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총장은 "앞으로 20년은 차이가 장벽이 되지 않는 구조를 완성해야 하는 시간"이라며 "기술은 수단일 뿐, 그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라고 했다.
■영광학원은= 1946년 대구맹아학교를 세운 것이 시초다. 1956년 5월 1일, 대구맹아학교를 발전시켜 대구 대명동에 한국사회사업학교를 열었다. 현재 학교법인 산하에 대구대와 대구사이버대를 두고 있다. 특히 장애 유형별 특수학교인 대구광명학교·대구영화학교·대구보명학교·대구보건학교·대구덕희학교·포항명도학교를 운영 중이다. 대구대 사범대 부속 영광유치원도 소속돼 있다.
김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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