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횟수, 전체 출품작 수는 감소
100억원대 낙찰작 2점, 전체 실적 끌어올려
대형-중소 경매사 간 격차도 뚜렷
2026년 1분기 국내 경매 결과 요약.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제공>
국내 미술 경매시장에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기업부설연구소 카이(KAAAI)가 최근 발표한 '2026년 1분기 미술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8개 주요 경매사의 낙찰총액은 약 685억2천964만원(미술품만 포함)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261억9천21만원) 대비 161.7% 급증한 수치다.
하지만 지표를 뜯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시장의 활기를 보여주는 출품작 수는 올해 1분기 4천227점으로 전년 동기(5천209점)보다 17.9% 감소했다. 오프라인 출품작 수는 1천400점으로 전년 동기(1천419점)보다 1.3% 줄어드는 데 그쳤지만, 온라인 출품작 수는 2천877점으로 전년 동기(3천790점)보다 24.1%나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 낙찰총액 급증은 시장 전반의 거래 활성화라기보다는 소수의 초고가 작품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린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지난 3월 서울옥션 경매에서 나라 요시토모의 2016년작 회화 '낫싱 어바웃 잇'이 150억원에 낙찰되며 기존 최고가(마르크 샤갈, 꽃다발, 약 94억원)를 경신했다. 같은 날 쿠사마 야요이의 2015년작 '호박' 역시 104억5천만원에 낙찰되며 국내 경매 최초로 100억원대 낙찰작이 2점이나 나왔다. 두 작품 낙찰액(254억5천만원)은 전년 동기 전체 낙찰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대형 경매사와 중소 경매사 간 격차도 더욱 뚜렷해졌다. 경매사별 실적을 살펴보면, 서울옥션은 올해 1분기 낙찰액이 전년 동기(89억6천775만원) 대비 5배 이상 폭등한 462억6천985만원을 기록했다. 케이옥션도 전년 동기 133억895만원에서 올해 1분기 183억2천440만원으로 37.7% 증가했다. 아이옥션과 에이옥션도 각각 21.8%, 32% 늘었다.
반면 중소 경매사들은 처참한 성적표를 받았다. 칸옥션(-35.9%), 라이즈아트(-14.2%), 마이아트옥션(-0.9%) 등은 역성장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또한 보고서는 최근 가장 중요한 트렌드 변화로 최상위 시장의 '다크 모드(Dark Mode)' 진입을 지목했다.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는 공개 경매를 벗어나, 소수의 VIP만 철저히 통제된 상태로 참여하는 '비공개 경매'가 글로벌 하이엔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한국 시장에서도 동기화되는 추세다. 오는 7월 '미술서비스업 신고제' 시행을 앞두고 거래 내역 노출을 꺼리는 초고액 자산가들이 공개 경매를 이탈해 프라이빗 세일로 숨어드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 관계자는 "이번 1분기의 화려한 기록 경신은 시장 전체의 온기가 회복된 것이 아니라, 대형 경매사의 치밀한 기획과 자본력이 탄탄한 극소수 상위 컬렉터가 만들어낸 선택적 강세"라며 "단기적인 호가 상승에 기대기보다, 유동성이 시장 전반으로 고르게 스며들 수 있도록 세컨더리 마켓(재유통 시장)의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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